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한동훈·원희룡·나경원 거론
공관위는 비대위 출범 후로 늦춰질 듯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집권여당의 총선 시계가 다급해졌다. 당내에선 총선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을 감안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가 그간 공언해온 “검사 공천 없다”는 약속은 일단 허공에 흩어졌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한 현역 의원들의 공천 ‘물갈이’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당분간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윤 원내대표가 차기 지도부 구성을 포함한 선택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당대표 궐위(직위의 공백 상태) 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국민의힘 당헌 규정에 따른 변화다. 국민의힘 당헌은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인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권한대행이 비대위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최고위원들이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하거나 청년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 의사를 밝힐 경우에도 당은 비대위로 전환된다.
윤 원내대표는 오는 14일 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비대위 전환으로 총의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윤 원내대표가 총선 컨트롤타워인 비대위원장을 추천하게 된다. 당내에선 일찌감치 한 장관, 원 장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검사 출신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언급돼 왔다. 원 장관은 정치 경험이 많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대로 험지 출마를 공언하고 있어 명분도 있다. 김 전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멘토로 불릴 만큼 높은 경륜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도 비대위원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내 안정감이 있고, 지난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다 김 대표에게 양보하다시피 물러난 일이 있어 친윤 색채가 덜한 장점이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분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같은 분도 충분히 (비대위원장)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이라고 본다”고 했다.
비대위 전환보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는 새 당대표 선출이다. 국민의힘 당헌은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인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그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내에선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전당대회 특성상 총선 전 치르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2004년 3월 총선을 불과 3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연 선례도 언급된다. 당시 선출된 박근혜 대표는 천막당사에서 총선을 진두지휘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도 121석 선전을 이뤄냈다. 위기상황일수록 온전한 절차를 따라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더 큰 대표성과 혁신 상징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 사퇴로 공천 물갈이는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옹립 및 지키기에 앞장섰던 영남권 등 초선 의원들에 대해서도 공동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장 의원이 전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울산·경북 지역 의원들도 버티기 명분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 대상인 당 지도부 인사, 중진, 친윤석열계 인사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철규·박성민·박수영 의원 등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전날 “윤핵관들이 물러난 자리에 용핵관(용산 핵심 관계자), 윤핵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검사)들을 앉힐 것”이란 전망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김 대표 사퇴의 의미는 공천학살을 의미한다”며 “초선의원 사이에선 김 대표가 자리를 유지해야만 경선이라도 시켜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사퇴하면서 공천관리위원장과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의 뜻이 적용되는 사람이 올 것이고 결국 학살”이라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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