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등과 新 다자 수출통제 체제 논의”… ‘對中 압박’ 강화

박영준 2023. 12. 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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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경제안보 콘퍼런스
반도체·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적국에 유입 안 되도록 추진 나서
상무부 차관 “기존 체제로는 한계”
韓 “中 광물 쓴 전기차 보조금 배제
美 의도와 달리 中에 더 의존 우려”
中 업체들 기술 대폭 발전 정황도

미국이 반도체와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이 적국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맹국을 규합해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대중 압박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수출통제를 총괄하는 엘렌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바세나르 체제’를 포함한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 체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현실은 기존 수출통제 체제, 특히 바세나르가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운영되지 않는다”면서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개발할 능력을 가진 국가들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장(왼쪽 두 번째)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안보와 직결된 전략물자의 수출통제 등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왼쪽부터 곤잘로 수아레스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정 원장, 멜리사 크루파 미 에너지부 원자력수출통제국장, 안드레아 비스키 미 전략무역연구소장. 워싱턴=연합뉴스
바세나르는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과 재래식 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설립된 다자 수출통제 체제로 한국,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4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반도체 산업의 경우 반도체 칩이나 관련 장비를 실제 만드는 국가가 많지 않으며 이들 국가가 새 수출통제에 참여할 수 있다”며 “몇 안 되는 국가가 첨단 양자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새로운 수출통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 동맹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한국의 참여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한국의 참여 없이 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곤잘로 수아레스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 부차관보는 “한국과 같은 역내 국가가 한국에서 생산된 민감한 품목이 중국의 군사 현대화 프로그램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중국산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면 전기차 업계가 중국에 더 의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김영재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콘퍼런스에서 미국 정부가 지난 1일 공개한 ‘외국 우려기업’(FEOC) 시행 지침에 대해 “규정안이 사업의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듯하다”며 “우리는 더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들이 그냥 (보조금을) 포기하고 저렴한 광물을 조달하기 위해 계속 중국에 의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2025년부터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중국 등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한편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중국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중국 주요 D램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69회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에 제출한 논문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의 설계 역량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GAA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차세대 파운드리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미국이 지난해 8월 GAA 기술을 이용한 칩 제조에 필수적인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의 수출 통제를 단행한 바 있어 미국 제재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복수의 중화권 매체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술 프로세서를 탑재한 자국 생산 신형 노트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최근 출시한 비즈니스 노트북 ‘칭윈 L540’에 ‘기린 9006C’ 프로세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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