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의 봄’ 단체관람 막겠다고 학교 들이닥친 ‘막장 극우’
보수 단체와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관계자 10여명이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학교 학생들이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관람하는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14일에는 송파구의 중학교도 찾아간다고 했다. 앞서 이 영화 단체관람을 계획한 학교들을 비난·공격하는 글을 올려 취소를 종용하더니, 급기야는 학교 현장에 들이닥쳐 항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교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되는 교육 과정에 외부인들이 민원을 빌미로 위력적으로 개입하려는, 도 넘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서울의 봄>을 좌편향·역사 왜곡 영화로 단정하고, ‘주입식 좌파 교육의 전형’인 단체관람을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학생 단체관람이 강제동원이고 이 영화 관객 수를 조작하는 데 이용된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모두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일 뿐이다. 1979년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자행한 12·12 군사반란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역사적 판단과 사법적 처벌이 이미 내려졌고,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무엇이 편향이고 왜곡이란 말인가. 영화에 색깔론을 덧씌운 이들의 역사 인식이야말로 극심한 편향과 왜곡이다.
이날 마포구 중학교 앞 시위 현장은 1시간 동안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이 유튜브 채널은 후원 계좌를 중계 내내 화면에 게시했다. 자신들의 시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사건사고만 났다 하면 현장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자극적인 콘텐츠로 클릭을 유도하는 유튜버 등을 ‘사이버 렉카’라 한다. 교통사고 현장의 사설 견인차(렉카)에 빗댄 말이다. 학교를 찾아다니며 단체관람을 막아보겠다는 이들의 행태는 시선 끌기와 돈벌이가 우선인 사이버 렉카와 다를 바 없다.
<서울의 봄>은 지난달 22일 개봉 후 누적 관객 700만명을 넘기며 이목을 끌고 있다. 12·12 군사반란의 전말을 새로 알게 된 20~30대가 분노와 충격으로 그때 역사를 되짚어보며 공감대를 확산시켰다. 좌편향은커녕 민주주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영화라는 평이 다수다.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심화된 이념 갈라치기에 편승해 영화마저도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극단적 행태가 벌어지니 우려스럽다. 정치적 유불리로 영화를 따져보는 한심한 일도 없어야 한다. 몰지각한 극우 단체의 학교 앞 단체관람 반대 시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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