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이재명은 합니다"가 말하는 것
내년 총선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을 규정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적은 없었다. 2020년에도 40일 전에야 선거구가 확정되었다
익숙한 혼란이다. "각각 서울 면적의 1.5배 남짓한 두 곳이 한 선거구였는데 서울 1.3배 면적이 추가될 수 있다"거나 "14개 동이 두 선거구로 쪼개지는데 어떻게 나뉠지 모른다"는 걱정은 무시된다.
의원과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는 예비후보제의 취지가 사라진지는 오래다. 의원들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현수막 걸고 의정보고회를 하는데, 신인들은 선거구가 바뀌면 명함부터 바꿔야 한다. 253개 지역구의 일부 조정이 있겠지만 '300명 국회의원 정수와 47명의 비례대표'는 확정적이다. 민주당 일부의 '비례대표 60석'을 위해서는 지역구 수를 줄이거나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남은 쟁점은 비례대표 배분방식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 완전 연동형으로 가느냐 아니면 병립형으로 가느냐이다. 연동형이라면 위성정당 허용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연동형은 실패했다. 준(準)을 붙였든 떼었든 연동형의 목표는 다당제다. 지역구 선거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표를 줄여 비례성을 강화하여 궁극적으로 양당 진영정치를 완화하거나 해소하자는 것이다.
실패 이유는 첫째, 근본적으로 적은 비례대표 의석 수다. 비례 의석 수가 최소한 지역구의 50%는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16%에 불과하다. 둘째, 위성정당이다.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에게 불리하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어도 정당투표의 지지를 국회의석으로 전환시키는 게 연동형의 취지다. 연동형 총선에서는 비례의석을 겨냥한 '떳다방'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번에는 정당이 50개 정도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민주당 내에서 위성정당 금지 주장이 있지만 연동형 총선의 위성정당은 불가피하다. 그들은 위성정당을 '형제자매 정당'으로 부른다. 의석 손해를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은 대선 연장전 성격의 선거다. 그들에게는 누가 과반이냐 아니냐가 쟁점이고 누가 1당이냐가 중요하다.
지난 총선 때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위성정당으로 '미래그룹 vs. 더불어그룹'이 양자대결을 벌였다. 2020년 준연동형의 총선 결과는 병립형의 2016년 총선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 총선 결과는 1987년 이후 양당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
'형제자매 정당'을 자처한 '떳따방식 비례대표 전문정당'은 진영 중심의 정치를 더 극단적으로 몰아 갈 가능성이 높다. 강성 지지층에 올인하는 '최미겸'(최강욱·윤미향·김의겸) 의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전국단위 병립형 vs. 권역별 연동형'의 양당 입장은 권역별 병립형의 타협 가능성을 높인다.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과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될 수 있다. 물론 연동형 도입의 취지에는 부합하지 못한다. 연동형은 지역주의 완화가 아니라 다당제 지향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까지 사용된 '전국단위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이다. 4년 전부터 일관된 입장이지만 비례성 악화의 선거 제도와 선진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정 체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다.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하다.
결국 민주당의 선택이다. 이재명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 그는 "우리가 선거라고 하는 건, 여러분도 너무 잘 아시지만 승부 아닙니까! 이상적인 주장,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물론 긴 역사의 관점으로 보면, 다른 방향의 얘기도 가능한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 그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자신의정치인생을 좌우하는 총선을 앞둔 이재명 대표는 번복의 명분을 찾는다. 주변에서는 "위성정당의 피해가 큰데 연동형만 고집할 수는 없다"거나 "우리 의석을 헐어서 진보정당을 키워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정계은퇴 약속을 번복하지 않았느냐"고까지 말한다. "이재명은 합니다!"를 보여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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