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이들이 와이프"…연극 '와이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쪽은 에릭, 제 와이프예요. 쉽게 나의 비밀스러운 남자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급진적인 단어가 필요해요."
1980년대 영국의 한 술집에서 연극배우를 만난 젊은 남성 아이바가 동성 파트너 에릭을 자신의 와이프로 소개한다.
여성의 진정한 자아실현을 주제로 해 페미니즘 연극의 시발점이라 불리는 입센의 희곡은 극중 시대가 지나며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쪽은 에릭, 제 와이프예요. 쉽게 나의 비밀스러운 남자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급진적인 단어가 필요해요."
1980년대 영국의 한 술집에서 연극배우를 만난 젊은 남성 아이바가 동성 파트너 에릭을 자신의 와이프로 소개한다. 아이바는 이내 적극적인 몸짓과 함께 동성애자를 위한 사회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에릭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오는 2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하는 연극 '와이프'는 와이프로 불리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영국 출신 극작가 새뮤얼 애덤슨의 작품으로 2019년 국내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3관왕에 올랐다.
신유청 연출은 13일 대학로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와이프라 불리는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힘이 가장 없는 존재"라며 "소리를 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와이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1959년부터 2042년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며 네 가지 에피소드를 제시한다. 1959년 부부로 살고 있는 로버트와 데이지에게도, 2023년 동성애 남성 커플 아이바와 카스 사이에서도 자아를 억압하며 살아가는 와이프가 있다는 점을 보인다.
서로 다른 시대를 이어주는 요소는 헨리크 입센의 1879년 작 희곡 '인형의 집'이다. 여성의 진정한 자아실현을 주제로 해 페미니즘 연극의 시발점이라 불리는 입센의 희곡은 극중 시대가 지나며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된다.
작품은 입센의 희곡을 통해 시대가 변하더라도 진정한 나다움을 찾는 과정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 연출은 "보기에는 더 싸울 필요가 없고 안전한 세계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내 주변의 누군가가 느끼는 고통을 들여다보라고 말하는 작품"이라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연극의 본질과도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입센의 희곡에 대해서는 "시대에 앞서나간 작품이었기 때문에 처음 작품이 발표됐을 때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입센은 단지 어머니와 누이들이 사회에서 당한 고통에 깊이 아파한 인물이었다.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마음이 진정 그를 앞서 나가는 사람으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인 최수영은 작품을 통해 첫 연극 무대에 선다. 이날 최수영은 연극배우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갖는 젊은 여성 데이지 등을 연기하며 자연스러운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최수영은 "매일 모든 것이 어렵고 내 자신을 찾는 과정을 겪고 있다"며 "출연을 제안받고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지만,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도전을 결심했다. 다양한 시대에서 인물들이 각자 자신을 찾으려 하는 뜨거움이 좋다"고 설명했다.
중년 아이바를 연기하는 정웅인은 작품을 준비하며 자기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작중 적극적으로 인권 신장을 주장하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버리고 젊은 층과 갈등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정웅인은 "연출에게 제가 저의 아이들과 아내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아이바라는 캐릭터를 통해 삶의 변화가 작게나마 시작됐다는 느낌이 든다. 제가 꼰대라서가 아니라 아빠로, 남편으로 살아가는 삶에 변화를 준 느낌이라 대본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cjs@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수능] 하루 전 교통사고 당한 수험생, 부랴부랴 보건실 배정받아 | 연합뉴스
- "왜 이리 나대나"…트럼프 측근들, 머스크에 '도끼눈' | 연합뉴스
- 지하주차장서 '충전 중' 벤츠 전기차 화재…주민 수십명 대피(종합) | 연합뉴스
- 등교하던 초등생 머리 박고 도주…'박치기 아저씨' 검거 | 연합뉴스
- 코미디언 김병만 가정폭력으로 송치…검찰 "수사 막바지" | 연합뉴스
- 가족 앞에서 헤어진 여친 살해, 34세 서동하 신상 공개 | 연합뉴스
- 3번째 음주운전 '장군의 아들' 배우 박상민 징역형 집행유예 | 연합뉴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사망…"친구가 자택서 발견"(종합) | 연합뉴스
- [영상] "너무아프다" "드럽게 못난 형"…배우 송재림 비보에 SNS '먹먹' | 연합뉴스
- [인터뷰] "중년 여성도 젤 사러 와…내몸 긍정하는 이 많아지길"(종합)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