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장제원 불출마가 빛 보려면

김세희 2023. 12. 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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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통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3선)이 지난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만이다. 현 정권에서 실세로 꼽힌 정치인인만큼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지, 혹은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차기 지방선거에 부산 시장으로 출마하기 위한 수순이라든지 등등이다.

장 의원의 희생(?)이 내년 총선 승리의 밑거름이라 믿었던 이들에게선 상찬이 잇따른다.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제원 의원이 되살렸다(하태경)", "자기 희생을 통해 당의 길을 연 정치적 리더십(성일종)", "이런 희생과 결단이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다(최재형)" 등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일각에서도 제2·제3의 장제원이 등장해 분위기를 바꿔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에선 6선 박병석 의원, 4선 우상호 의원, 초선 강민정·오영환·홍성국·이탄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제는 장제원 등 여러 의원들이 떠난 빈 자리를 채울 인물들의 자질이 훌륭한가이다. 매번 총선 시즌만 되면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작용해 기존 정치인들은 떠났고, 새 인물이 채웠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열린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 초선의원은 156명으로 전체 의원 중 52.2%를 차지했다. 20대 국회는 132명으로 44%, 19대 국회는 149명으로 49.3%였다. 18대 국회는 133명이다. 특히 17대 총선에서는 무려 206명(62.5%)이 초선으로 채워졌다. 총선 때마다 50%내외가 '물갈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자리를 차지한 인물들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용돌이 속에 탄생한 '탄돌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뉴타운 공약에 힘입어 당선된 '타운돌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터진 코로나19 정국에서 터진 '코돌이'로 비하하는 말이 실상을 대변한다.

오히려 3년이 넘는 의정활동 기간 국민의 스트레스 지수만 높였다. '60억 코인 보유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은 가장 밑바닥을 보여준 사례다.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코인투자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가짜 인턴증명서를 써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전 의원은 '설치는 암컷' 발언으로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대다수 의원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당내 줄서기에 몰두하면서 소신 없는 직업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자금 부정 수수(정치자금법 위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황보승희 의원은 탈당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보 의원은 등원 초부터 내연남 관련 소문이 무성했지만 무시와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내연남의 관용차·사무실 경비 사적 이용 의혹까지 보도되자 버티지 못했다.

여기에 초선 의원들의 눈치 보기는 민주당보다 더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할까 몸을 사리고,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을 쳐내려는 대통령실의 의중에 맞춰 나 전 의원을 공격하는 성명을 내면서 홍위병을 자처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대표 출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역구 쇼핑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초을을 갈지, 분당을을 갈지, 뭐 다른 을을 갈지 모르겠지만 퇴임 후 본격 시작하려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현직 장관이 한가하게 지역구 쇼핑할 때는 아니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공직을 맡은 지 4년이 채 안 된 이 장관이 서초에서 분당으로 '지역구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며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정말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투성이다.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중진의원들이 내놓은 이 자리에 또다시 이같은 인물들이 앉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빈 자리만 채우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과연 국민들의 보편적인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상식적인 인물이 빈 자리를 채울 수는 없는 것인가.saehee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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