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4만 고립·은둔 청년들 세상 밖으로 이끌어야
정부가 13일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처음 내놓았다. 그 속엔 세상과 단절된 청년들의 고통이 그대로 묻어난다. 삶의 만족도가 전체 청년 평균(6.7점)을 크게 밑도는 3.7점에 그쳤다. 반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75.4%로 전체 청년 평균(2.3%)의 32배에 달했다. 사회경제의 급격한 변화와 경쟁 압력에 탈진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고립’ 상태 청년이 54만명, 그중 거주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은둔’ 상태 청년이 24만명에 달할 걸로 정부는 추산했다.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실태조사를 보면 고립·은둔 청년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5~34세가 대부분이고, 2명 중 1명꼴로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다인가구에서 사는 비율은 70%에 달했다. 이들의 고통이 개인과 연결된 가족과 공동체의 고통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10명 중 8명은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지만, 일상 복귀에 실패한 비율이 절반이나 됐다. 경쟁이 극심한 입시·취업·대인관계 등에서 실패한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은둔을 택하지만, 만성화되면 자기효능감이 낮아지면서 빠져나오기 어려워한다.
고립·은둔의 삶은 개인적 고통과 더불어 사회적 손실도 막심하다.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될뿐더러 생산가능인구의 경제활동 참여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사회 활력도 떨어지게 된다. 사회적 비용 손실이 연간 약 7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0만명 넘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한 사회가 어떻게 밝은 미래를 논할 수 있겠나. 이날 정부는 첫 국가차원의 지원책으로 위기청년들을 대상으로 상시 발굴체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지원센터 전담인력을 통해 일상회복을 돕는 시범사업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일 뿐이다.
청년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신뢰할 만한 지속적 지원이 필수다. 향후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원체계도 세심하게 운용해 청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높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실패라는 낭떠러지에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청년세대가 여기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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