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시사본부' 하차 통보 받은 장성철 "문제의 패널이 저인데요…"
KBS 라디오 패널들 "KBS 드디어 정상화, 저 같은 참칭 패널 잘려" "이념적으로 사람 자르는 색깔론, 청취자 평가 나올 것"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사측이 “편향성”을 이유로 '배종찬의 시사본부' 일부 출연자를 하차시켰다. 출연자를 하차시키라는 지시를 거부하던 PD가 기존 업무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위법한 직무배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종찬의 시사본부' 코너를 맡아온 일부 출연자는 지난 12일 KBS 회사 차원에서 자신들의 하차를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차 대상은 고정 출연진 가운데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장윤선 정치전문 기자,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등이다.
하차 결정을 통보 받은 이봉우 연구원은 통화에서 “이런 일이 자연스럽게 비춰진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패널들이 방송하는 내용을 듣지도 않고 그냥 어디 출신이라는 것으로 판단해서 자르는 걸로 보인다. 이념적으로 사람을 자르는 '색깔론'”이라며 “KBS 내부에서는 거의 다 '정리'가 됐다고 생각할 텐데, 이런 정리와 패널 교체가 KBS 라디오에 도움이 되는지, 내실 있는 시사, 뉴스 방송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청취자들로부터 평가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의 경우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문제의 패널이 저”라고 밝히면서 “제 능력이 부족해 어제부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 담당 PD님께 무척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저희 같은 평론가는 나오라면 나가고 나오지 말라면 못 나간다. KBS측에 유감 없다”면서 “KBS가 드디어 정상화 됐다. 저 같은 참칭 패널 잘리고 서정욱 같은 정통 우파 패널이 고정이 됐으니까”라고 했다.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주요 방송사에 '보수·진보 패널 균형을 맞추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에게 비아냥거리고 집권 여당을 욕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를 자처하나. 이들은 '보수 참칭' 패널”이라고 주장한 일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출연자를 하차시키라고 지시한 KBS 라디오제작국의 강아무개 CP(부장급)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제가 '배종찬의 시사본부' 일부 게스트 섭외에 있어서 균형을 맞추라고 지시한 것은 맞다. 회사 내외부 모니터 채널을 통해 여야의 균형감 없는 '야+야' 또는 야권 성향 일색의 연사 배치가 자주 지적받았고 저 또한 그것이 편향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라며 “공영방송 KBS의 기간 채널인 1라디오는 편향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제 신념은 어제 오늘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프로그램 담당 PD에 대한 직무배제가 이뤄졌다는 비판에 대해선 “프로그램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어 연사 교체 작업을 직접 할 수 없다는 담당PD를 대신해 저는 프로그램 CP로서 할 일을 한 것이다. CP로서 제작 현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가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기발령은 아무 일도 주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저는 분명히 담당 PD에게 '스포츠스포츠' 제작 업무를 맡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PD가 금요일까지 휴가를 내는 바람에 다른 PD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KBS 사측도 미디어오늘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 “라디오센터에선 '배종찬의 시사본부' 담당 PD를 직무 배제, 대기발령한 사실이 없고, 타 프로그램 제작업무를 배정했다”며 강 CP와 같은 주장을 했다. KBS는 “그동안 연사 배치 형평성과 편향성 논란이 있어서 균형성 있는 연사 섭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조가 고발을 예고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 자세한 답변이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게스트들을 제작진의 의사와 상관 없이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하차를 지시했고, 이에 따르지 않아 센터장이 임원회의에서 욕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담당 PD를 직무배제 한 것”이라며 “일련의 사태를 볼 때 낙하산 박민 사장이 '주진우 라이브' '최경영의 최강시사'라는 윤석열 정권의 앓던 이를 빼고 나서 다음 타깃으로 '배종찬의 시사본부'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어 “이번 직무배제 건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제4조와 신념 등을 이유로 방송 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되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같은 법 제6조를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제작과 관련해 책임자의 부당한 압력을 금지하고 있는 KBS 편성규약 제6조 2항과 제작 실무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편성규약 제7조를 전면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해당 행위에 간여한 보직자들에 대해서는 방송법 위반 및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 조치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담당 PD 직무배제 및 출연자 교체와 관련해 KBS본부는 사측에 긴급 공방위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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