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구질구질한 정쟁보다 사회문제 집중… 친윤·개딸이 외면한 청년 대변할것"
IMF겪으며 정치·사회에 관심… '취준생 권리보호법' 제안해 의원발의도
"대한민국 최대과제 양극화 해소… 낡은보수·86진보 다르지 않아" 쓴소리
"정치권이 한국 사회가 처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윤석열 탄핵하자'·'이재명 구속하자' 같은 문제에 온 정치권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씁쓸하다. 그런데 청년 정치인 각 개인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저처럼 양쪽에서 모두 외면당하기 일쑤다."
이동수(35·사진)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최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친윤과 개딸에게서 외면당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씁쓸한 청년 정치의 현실을 말하다가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정치권에서 외면받았다면 슬플 만도 한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 대표는 "기회를 잡고자 하는 청년 정치인들은 어느 한쪽에 줄을 서서 나팔수 노릇을 하고, 그래서 더 보편적인 청년들의 시각과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다만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염증과 환멸은 더욱 커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외면하는 현실에서 오히려 희망을 본 것이다.
이 대표는 2015년 대학을 졸업한 뒤 국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회 첫 진로를 정치로 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IMF 외환위기가 있었을 때 많은 집이 그랬듯 저도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서울 정릉에 사시던 할머니 댁에 몇 년간 얹혀산 적이 있다"면서 "당시 뉴스를 볼 때면 가장이나 일가족의 자살 소식이 하루가 멀게 들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든데 국가는 무엇을 하느냐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정치·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2003년(16살 때)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증진을 위해 유니세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흥사단 등과 함께 청소년의회 사업을 시작했는데 중3 때 처음 청소년의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5년에는 청소년의회 의장이 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내용이 청소년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대표는 "당시 청소년들은 두발 규제나 강제 야간 자율학습 폐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정치권은 국가보안법·사학법 개정으로 한창 싸울 때여서 대부분 관심없어 했다"면서 "그때 느낀 것은 정치가 이념에 몰두해 일상의 문제를 외면한다면, IMF 같은 위기가 재발할 경우 국민의 삶은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도중에 언론인을 꿈꾸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정치에 관심과 기대가 컸기에 환멸을 느꼈던 시기가 있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는데, 집안 배경 때문인지 자수성가·개혁적 인물을 좋아했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2006년~2007년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그를 배신하고 외면한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을 보면서 의리와 신의 같은 기본조차 없는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구나 하는 실망감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차선책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언론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고 대학교 1~2학년 때 언론사에서 인턴도 했지만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충격을 받아 언론으로는 가지 않게 됐다"고 했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라면 기사를 쓰기 위해 자녀를 잃고 울고 있는 부모들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성격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 이 대표는 다시 정치 쪽으로 진로를 틀어 2015년 청년정치크루를 결성했다.
그는 "제가 졸업하던 즈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헬조선', '열정페이'였다. 저 역시 2009년과 2010년 메이저 언론사 인턴을 하면서도 월급은 10만 원을 받은 적도 있는데, 이게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전체의 문제였구나 자각하게 됐다"면서 "결국 정치권의 무관심과 제도의 부실함이 낳은 문제라고 생각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청년정치크루'를 결성한 뒤 '취업준비생보호법'이라는 걸 고안해 각 당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채용 과정에서의 갑질 등 취업준비생의 권리 침해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당시 여야 3개 정당 4명의 의원들이 취지에 공감해 각자 발의를 해줬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취준생 처우문제는 청년정치크루뿐 아니라 당시 많은 청년들의 노력들이 모여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가 본 기성세대 정치의 문제점과 청년정치가 성숙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청년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노력이나 실력보다 운이 좌우하는 영역이 매우 커서 줄을 잘 잡은 사람 등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기성세대도)선거 때마다 어디 외부에서 말 잘 들을만한 사람을 데려와 선대위원장·비대위원장에 앉히고 말 안 들으면 쫓아내는데, 유능한 청년들이 들어와 정치를 하려면 어느 정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시스템이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화·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과제는 양극화 해소"라며 "모두가 못 살았던 산업화 세대나, 그래도 출발선에서 차이가 크지 않았던 86운동권 세대와 달리 오늘날의 2030은 계층·지역별로 너무도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 세대이기에 똑같은 청년으로 취급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 잘 만나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골프나 오마카세를 즐기는 청년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열악한 일자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있다"면서 "팬데믹 과정에서 자산가치가 급등하며 다시 한 번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만 봐도 개인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건 쉽지 않고, 결국 시대적 조류 속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안전망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 우리 정치는 여전히 이념 논쟁에 매몰돼 있다. 이제는 한국과 비교가 안 되는 북한을 상대로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는 낡은 보수나,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 볼 일도 없을 검찰 문제를 가지고 수년째 매달리고 있는 86 진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제 산업화, 민주화 담론은 역할을 다했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여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친윤' 대 '개딸' 구도가 담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구질구질한 정쟁보다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에 집중하면서도 해법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는 않은, 합리적·균형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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