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울 때 계속 따지겠다" 정치심의 논란 속 방심위 노조 출범

박재령 기자 2023. 12. 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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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가짜뉴스 대응 일방통행 속 30주년 노동조합 출범식
신임 지부장 "정치권 눈치 보는 정치심의… 가짜뉴스센터 반대한다"
정준희 교수 "권력 가진 자 명예훼손 긴급심의 대상 되는 것 코미디"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일방적인 가짜뉴스 대응에 150명 직원이 연대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통심의위 노동조합(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이 출범했다. 신임 노조 지부장은 “부끄럽지 않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가짜뉴스센터 등 정치권 눈치를 보는 정치 심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13일 열린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 출범식. 사진=박재령 기자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제17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 출범식 및 30주년 특별강연이 열렸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불참 속 김유진 방통심의위원,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가 '내용물 규제의 운명'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 7일 조합원 94.5% 득표율로 당선된 김준희 신임 방통심의위지부장은 “이번 선거 슬로건이 '부끄럽지 않게 일할 권리 당당히 요구합시다'였다. 얼마나 소박한 요구인가”라며 “다른 건 몰라도 임기 동안 한 가지는 약속하겠다. 위원회가 부끄러울 때 부끄럽다고 계속 떠들고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고 계속 따지겠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현재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주도한 가짜뉴스 대응에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가짜뉴스 대응 관련 협의를 거쳐 지난 9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개설했는데 방통심의위에 이 같은 기구 설치 전례가 없고, 가짜뉴스 대응을 이유로 언론을 심의를 하는 것이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센터 설립을 전후해 방통심의위 팀장 11명이 반발하는 입장을 냈고 센터장은 발령 직후 병가를 냈다. 센터 소속 직원들이 업무 문제를 지적하며 타 부서 발령을 요청하자 평직원 200명 중 150명 일동이 지난 14일 연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전담 센터는 현재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로 이름이 바뀐 상황이다.

▲ 방심위지부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준희 신임 지부장. 사진=박재령 기자

김준희 지부장은 “가짜뉴스센터는 애초에 현판식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방송통신위원장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현판식을 했다”며 “가짜뉴스센터 운영에 분명하게 반대한다. 정치권 눈치를 보는 정치심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조합원 여러분 모두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위원회 심의 업무에 실질적인 주체는 사무처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위원회 심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저희의 노동조건”이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최근 방심위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보면 평소 느껴지지 않던 언론 자유 문제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원들의 삶을 위협하고 망가뜨릴 수 있는지 사례로 증명됐다고 본다”며 “방심위 조합원들께서 원하지 않았더라도 언론 탄압 한복판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혼자 싸우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 관련 심의를 이어간 바 있다.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KBS, MBC 등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야권 추천 위원들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문제를 규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준희 교수는 “공적으로 유력 인사들은 사법 체제 안에서도 일반적인 피해 당사자로 잘 인정받지 않는다. 기타 행정 권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위원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방송 등 긴급심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방통위는 원래 독임제 기구가 아님에도 독임제처럼 운영되고, 방통심의위는 방통위와 분리됐음에도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현 제도가 원래 그렇게 설계된 건 분명히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현재와 같은 행정 규제 체제와 민간 자율규제 사이에 불확실하게 끼어 있는 형태를 앞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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