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평안하십니까

황준범 2023. 12. 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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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룸에서] 황준범 | 정치부장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쇄신의 신호탄을 먼저 쏘아 올렸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인요한 혁신위원회 구성→‘지도부·친윤·중진’ 희생 요구→당내 무반응→혁신위 무기력한 종료→당내 위기감 고조라는 흐름 끝에 떠밀린 고육지책의 성격을 갖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김기현 대표의 사퇴와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후속 쇄신의 큰 물꼬가 될 것이다.

선거를 넉달 앞둔 지금, 객관적 지표와 상황들이 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11개월 만에 치러지는 총선은 윤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주로 밖에 있다가 가끔 한국을 방문한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를 돌며 ‘가치 외교’ ‘세일즈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세상이 다 아는 결과를 윤 대통령 혼자서만 모르고 있던 듯한 모양새는 유치 실패보다 더 참담하다.

‘검찰 공화국’ 비판에도 윤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까지 검찰 선배를 지명했다. 한국갤럽의 12월 첫 주 전화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51%)이 ‘정부 지원론’(35%)을 16%포인트나 앞서, 한달 전 조사(6%포인트 차)보다 격차가 훨씬 커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국 경제는 내년에도 1~2%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교육·연금·노동개혁 등과 관련한 뚜렷한 정책적 성과도 찾아보기 어렵다. 내치, 외치 어느 것 하나 내세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서울지역 출마 예정자는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 장제원 등 몇사람의 희생으로 이런 난국을 단숨에 돌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여당이 위기감을 갖고 현실을 타개하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으로 여당은 새 지도체제,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한동훈입네, 원희룡입네’ 하며 뉴스의 중심에 설 것이다. 선거까지 남은 4개월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민주당은 어떠한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에는 ‘이대로만 가면 이긴다’는 안온함과 자만감이 번진 듯하다.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아니면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해찬 전 대표)이라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수도권 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매우 강하다”며 유리한 선거 지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비판적인 조응천 의원조차 “역대급 실정·폭정이다. 지고 싶어도 쉽게 질 수 없는 상대가 국민의힘과 윤석열”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국회의원 선거제를 두고 이 대표는 약속을 어기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를 시사하면서 정당의 핵심 자산인 신뢰와 원칙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이 대표 비판은 ‘반윤석열 단일 전선을 해친다’는 이유로 내부에서 공격받는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 승리만을 목표 삼아 미국 공화당처럼 ‘생존주의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희생론이 불붙은 여당과 달리, 민주당 주류나 중진이 희생하는 모습도 드물다. 중진 가운데 현재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6선 박병석 의원과 4선 우상호 의원뿐이다. 오히려,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이 돌연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출마할 채비를 하는 등, 비이재명계를 겨눈 친이재명계 후보들의 ‘자객 출마’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4년 전 국민은 민주당에 국회 의석의 60%를 안겼다. 그 의석을 갖고도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잇따라 패배했다. 다수당인데도, 정권을 잃기 전까지는 방송법을 처리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 체제 들어서는 ‘방탄 정당’ ‘탄핵 정당’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퇴행을 막았고 민생문제 해결에 민주당이 제1야당의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총선에서 ‘윤석열 독주 저지’ 구호를 넘어, ‘180석 갖고도 한 게 없는데, 무얼 보고 또 찍어줘야 하느냐’고 묻는 유권자들에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에서도 혁신과 반전이 시작돼야 한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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