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판결문] '7시간 녹취' 김건희 승소… 판결문 뜯어봤더니 "일부 녹취 공개는 공공의 이익"
1심에 이어 2심도 "김건희에게 1000만 원 배상하라"
사생활 침해 인정하면서도 녹취 일부 공개 위법성 조각
"녹음 위법이라고 공개행위가 반드시 위법한 건 아냐"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원고 : 김건희.
피고 : 백은종, 이명수.
사건 : 손해배상 청구소송.
결과 : 항소 기각 판결.
주문 : 法 “원고와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 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12월7일.
재판부 : 서울중앙지법 민사7-1부 재판장 김연화, 주진암, 이정형 판사.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가 피소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취재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도 “헌법이 보장한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부(재판장 김연화)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이명수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백 대표와 이 기자가 공동하여 김 여사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명수 기자는 2021년 7월6일부터 12월11일까지 김 여사와 48차례 통화를 하면서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7시간 50분 분량의 통화 녹음이다. 이 기자로부터 녹음 파일을 받은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이듬해 1월16일 일부 내용을 보도했고 서울의소리는 유튜브를 통해 녹취록을 공개했다.
통화 녹취에는 △“우리는 그렇게 무속인 안 만나” 등 무속 논란에 대한 김 여사의 견해 △학력 위조 논란을 제기한 비판 유튜버를 겨냥한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등 발언 △미투(Me Too)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며 자신과 윤 대통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한다는 발언 △조국 수사를 더불어민주당과 김어준·유시민 등 진보 인플루언서들이 키웠다는 주장 등이 담겨 당시 언론과 국민 이목이 집중됐다.
김 여사는 7시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자 백 대표와 이 기자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서울의소리가 자신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고 일부를 공개한 행위는 음성권, 인격권, 명예권,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한 불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의소리 측은 “처음부터 이명수 기자가 언론사 기자임을 밝히고 김 여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기 때문에 사적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닌, 공적 취재 활동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익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에 의해 헌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라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동의 없이 상대방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 녹취,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설령 그것이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보장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해 민사상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백 대표와 이 기자가 공동하여 김 여사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녹음 일부 공개 행위에 法 “시급히 공개할 필요 있었어”
2심 재판부도 김 여사와 서울의소리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 비용도 각자 부담하라고 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서울의소리 측이 녹음 중 일부를 '공개한 행위' 위법성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조각했다. 백 대표와 이 기자가 김 여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1000만 원은 이러한 위법성 조각 사유를 모두 감안한 판결이다.
△원고(김건희)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이라는 점.
△대통령 배우자가 갖게 되는 정치적 지위나 역할,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인 원고의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한 견해와 언론관·권력관 등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공적 관심사로서 공론 필요성이 있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인 바, 오로지 원고 및 윤석열 후보자를 비롯한 원고 가족들의 개인적 사생활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녹음 중 일부의 공개 행위는 그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적 관심사에 대한 검증, 의혹 해소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
△피고들(서울의소리 측)은 기술적 조작 없이 원고 발언을 그대로 녹음했고 그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는 바 비록 녹음 중 일부만을 편집해 공개했다 해도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들이 이 사건 녹음 중 일부를 공개함으로써 달성하려는 이익은 대의민주주의 실현 및 국민 알 권리 보장 등과 관련된 것이고, 원고가 보호받을 이익은 음성권 및 사생활 비밀과 자유에 관한 것이어서 침해 행위로서 달성하려는 이익이 보호 이익에 비해 더 중대하다고 볼 수 있는 점.
△위와 같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검증 및 의혹 해소 등을 위해서는 녹음 중 일부의 공개가 필요하고, 효과적이었으며, 당시 대통령선거까지 남은 기간 및 보도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시급히 공개할 필요성도 있었고, 달리 다른 방법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바, 이를 두고 상당성을 결여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이 사건 녹음 행위와 녹음 중 일부를 공개한 행위는 기본적으로 별개의 행위인 바, 이 사건 녹음 행위가 위법하다고 해 녹음 중 일부를 공개한 행위 역시 반드시 위법하다고는 볼 수 없는 점.
2심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원고(김건희)의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와 공공 이익 등이 서로 충돌하는 이익을 비교 형량해 봐도 피고들이 이 사건 녹음 중 일부를 공개한 행위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2심에서 패소한 백 대표와 이 기자는 지난 8일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 판단까지 받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 여사 측은 판결 확정 시 배상금 1000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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