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역사 속 오늘] 1988년 언론청문회, 80해직언론인 문제 어떻게 다뤘을까?
1988년 12월13일 언론청문회, 조선·동아·한국·중앙일보 사주 증인 출석해 신군부 강제해직 상황 질답 오가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서울의 봄을 짓밟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집권기가 끝나자 전두환 정권에 대한 각종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5공 청문회'가 1988년 11~12일 두 달간 진행됐고, 12월13일 방우영 조선일보 사장, 김상만 동아일보 명예회장, 장강재 한국일보 사장, 이종기 중앙일보 사장 등 4개 언론사 사주가 증인으로 국회 문공위원회에 출석한 '언론문제진상규명에 관한 청문회'(언론청문회)가 열렸다.
뉴스타파가 읽기 쉽게 활자화해 공개한 당시 회의록을 보면, 언론청문회에서는 '친일행위', '1975년 언론자유수호운동', '1980년 강제 해직', '5공화국 수혜', '보도지침'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그중 전두환 정권이 1980년 언론인을 강제로 해직한 문제와 관련해 언론사주들이 어떤 답변했는지 살펴보자.
1980년 언론에 대한 당근과 채찍
강삼재 통일민주당 의원이 “언론 통제를 위해 언론인 강제 숙정과 언론통폐합 등 언론대학살을 저지른 바 있는 5공화국 정권은 보도지침을 이용한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각종 특혜를 베풀게 된다”며 “동아일보를 비롯해 각 언론사가 5공화국의 정권으로부터 제공 받은 혜택은 어떠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상만 명예회장은 “80년은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일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82년 한 해 동안 윤전기 도입 시에 20%를 물던 관세가 4%로 낮췄다”고 재차 말하자 김 명예회장은 “그것은 잘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강 의원이 “5공화국 이후 정부가 언론인에게 베푼 각종 시혜로 인해 각 언론사 사주는 사원 복지비 300억 원 이상을 절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방 사장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의원이 “정부가 왜 이같은 혜택을 언론인들에게 베풀었다고 생각하느냐”고 하자 방 사장은 “언론에 대한 일반적 선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정부에서 그런 혜택을 받으며 어떻게 정부의 감시자가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강제 해직자 규모 관련
강 의원과 장강재 사장 발언을 종합하면, 1980년 한국일보에서 벌어진 강제 해직은 30명이었다. 정부에서 전달받은 인원은 40명이었는데 “전 간부가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30명”으로 줄인 것이다. 30명 중 복직 희망자가 12명이었고, 그중 11명이 복직됐고 1명은 청문회 당시 복직 절차에 있었다. 나머지 18명 중 5명은 주재기자, 5명은 폐간된 서울경제 포함 사원이다. 남은 8명 중 1명은 국회의원, 1명은 대학교수, 1명은 승려가 됐고 5명은 한겨레에 종사하고 있었다.
강 의원과 방 사장 발언을 종합하면, 1980년 조선일보 해직자는 14명이었다. 이광균 문화공보부(문공부) 장관으로부터 조선일보 부사장이 해직자 명단을 받았다. 1차 5명, 2차 7명, 3차 2명이었다. 방 사장은 14명을 전원 사직시켰다고 밝혔고 청문회 당시 5~6명이 본사 또는 지방주재기자로 복직했고 나머지는 조선일보 동료들이 다른 곳으로 다 취직시켰다고 전했다.
이병용 민주정의당(민정당) 의원은 당시 신군부가 요구한 해직언론인 수와 실제 해직자 규모가 다른 것을 질의했다. 이 의원은 “보안사가 직접 개입했던 사람들 얘기 이런 데서 보면 200여명은 거기서 했고 실제로 해직된 것은 700여명~900명 이렇게 나오는데 신문사에서 미운 놈 내쫓은 것 아니냐는 문제가 있다”며 “중앙일보나 TBC는 보안사나 문공부 등 당국에서 요청된 인원에다가 회사 나름대로 겹치기를 붙여서 해직시켰느냐”고 물었다.
4개 언론사 사주는 모두 당국에서 요구한 인원에 회사가 추가한 해직자는 없다고 답했다.
조세형 평화민주당 의원도 다른 의원들이 공개한 자료 등을 토대로 “당국에서 신문사에 준 강제 해직 명단은 298명인데 실제 해직된 건 933명으로 635명을 누가 보탰느냐는 것이 커다란 의문”이라며 “국회에서 관련 명단을 당국에 제출해달라고 해도 자료를 주지 않아 여기 나온 증인들(언론사주들)이 스스로 그것을 밝히지 않으면 당분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네 분 증인께서 분명하게 더 보탠 인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 공식적으로 그렇게 된 것으로 치부되겠지만 증인들의 명백한 부인에도 앞으로 의문을 계속 갖게 되리라 보여진다”고 했다.
또 조 의원은 “사실 그동안 수백 명의 기자가 강제 해직을 당했는데 대표적인 이런 대신문들이 군사독재 권력 앞에 쉽게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하고 제대로 소리 한 번 못 내고 전달된 명단대로 자기들이 아끼던 기자를 해직시켰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실망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직 언론인들의 목소리
이철 무소속 의원은 일부 해직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청문회 자리에서 전했다.
그는 “유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직서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때 대강 이렇다. 눈물과 함께 떨리는 손으로 타인이 불러주는 대로 쓴 흔적이 역력한 것들이 우선 '이번 언론계자율정화결의에 따라서 사직합니다' 하는 이런 내용들이 상당히 있다”며 “또 '어떤 사람들은 부득이 1980년 7월30일부로 사직원를 제출합니다' 이런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사직하면서 '조선일보 가족의 무사와 건승을 빕니다',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함께 생활해왔던 같은 회사 가족들의 생명을 걱정하는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 기자는 “월간조선 6월호 특집 좌담에서 전후 세대가 갈망하는 통일 전망이라는 기사 게제의 책임을 지고 해직서를 냅니다”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5·17광주학살 현장처럼 이 암울했던 언론이 학살 당할 당시 사주 여러분께선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는지 한 분 한 분 간단하게 그 당시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이에 장강재 한국일보 사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픔을 위원님(이 의원)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종기 중앙일보 사장은 “우리가 과거 해직의 아픔을 거울 삼아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게 내 소신”이라고 했다. 방우영 조선일보 사장은 “자기 손으로 키우던 사랑하는 직원들을 어떤 강요에 의했든 간에 사에서 물러나게 했던 데 대한 가슴 아픔을 금치 못하겠다”며 “남은 동료들 그리고 내가 그 뜻을 되새기고 또 되살려서 앞으로 언론의 정도를 걷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상만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같은 뜻인데 해직을 시킬 때 가슴 아팠던 것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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