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유리절벽'에 선 카카오 첫 여성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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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카카오가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를 차기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되면 카카오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낙점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김 위원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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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최수연 대표와 더불어 양대 플랫폼 기업 CEO를 40대 여성들이 맡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유리천장'이 아닌 '유리절벽' 앞에 서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유리절벽(Glass Cliff)'이란 기업 등 특정 조직이 절벽 끝에 선 것처럼 위기상황일 때, 여성 리더십을 내세우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브로토피아(브러더 문화와 유토피아의 합성어)' 같은 남성 중심 문화가 짙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여성 및 소수민족을 내세운 유리절벽 사례가 많다. 최근 일론 머스크 대신 엑스(X·옛 트위터) CEO를 맡은 린다 야카리노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역시 업계에서 브러더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카카오톡 블랙아웃 사태'로 취임 7개월 만에 물러난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이 1998년 삼성SDS를 퇴사한 후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 동고동락한 최측근이었다.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낙점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김 위원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카카오 공동체 임원들에게는 '김범수의 남자' '김범수의 복심' '김범수 키즈'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고 있다.
'김범수의 30년 지기'이자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및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위원을 맡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이 개인 SNS를 통해 내부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게재한 글도 김 위원장의 브러더 경영을 방증한다.
김 이사장은 "넉달 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와 저녁을 하며 정말 어려운 부탁을 들었습니다. (중략) 듣다 보니 끝이 없었고, 두번은 거절을 하였는데 세번째에는 술을 거의 8시간이나 마시며 저를 압박했고 결국 승낙을 하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는 김 위원장의 용인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카카오 공동체 자체를 '김범수 브로토피아'로 쌓아올린 김 위원장이 정 내정자를 구원투수로 내세운 지금, 카카오는 다시 한 번 '회복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정 내정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국민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카카오'의 기반을 마련해주길 기대하는 건 유토피아적 사고일까.
eli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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