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Insight] 한 살배기마저 펜타닐 중독···일상 속 마약 침투 막아야
국내서도 '병·의원 오남용' 심각
DEA 벤치마킹 '마약청' 신설 등
처벌·치료·국제공조 강화 절실
지난달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생후 19개월 된 아기가 폐출혈로 숨졌다. 합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계열인 펜타닐 성분에 노출된 것이다. 올 9월 펜타닐 뭉치가 발견된 미국 뉴욕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한 살배기가 마약성 진통제 양성반응을 보이며 숨졌다.
펜타닐은 성능이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에 달한다. 중독성이 강하고 치명적이라 ‘좀비 마약’이라 불린다. 미국에서는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의 특정 거리에서 좀비처럼 웅크리고 있는 펜타닐 중독자를 쉽게 볼 수 있다. 펜타닐 등 마약 사망자가 2019년 7만여 명에서 2021년 10만 7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펜타닐은 중남미·유럽 등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펜타닐 대책을 협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의원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오죽했으면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처럼 식품에 마약이라는 말을 쓸 정도다.
병의원에서 프로포폴·졸피뎀 등 마약성 의약품들이 치료 외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지난해 중고생들이 병원을 돌며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흡입하거나 판매했다가 사회문제화된 게 한 예다. 비만 치료 병원 중에는 2~3개월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통해 살을 빼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익명성에 숨는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악용한 마약 밀매, 해상 화물과 국제우편 밀수도 기승을 부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에 대해 ‘집중력을 올려주는 약’으로 판매·광고하는 게시물 200건을 적발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올 4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학생들에게 기억력·집중력 강화를 내세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줘 충격을 줬다. 용의자들은 지난해 인근 중학교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조직은 대학가에서 액상 대마 영문 전단지를 뿌린 뒤 QR코드를 스캔하면 텔레그램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국민 100명 중 3.2명이 마약을 경험해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가족·친척·지인이 마약을 경험했다고 듣거나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전국 19~69세 5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의 올해 5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마약은 한 번 시작하면 뇌의 도파민 관련 신경망에 악영향을 줘 여러 정신 질환을 유발한다. 우울증·조울증·환각·불안·공황, 만성 무기력증이 대표적 예다. 인지력·집중력, 감정·행동 조절과 의사결정 능력을 해친다. 청소년기에 마약을 하면 더 심한 뇌 손상에 시달린다. 자칫 호흡 억제로 인해 생명이 위협 받는 등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받기도 한다. 내성과 금단현상을 통해 중독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게 특징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는 “우리 사회에 5~10년 내 마약 중독의 쓰나미가 몰려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가적 대책을 촉구했다.
이제는 병의원에 대한 마약류 관리 강화와 오남용 시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 의사가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처방으로 처벌받은 의료인은 별로 없다. 최근 4년간 폐업 의료기관 920곳의 마약류 의약품 174만 개가 불법 유통됐다는 감사원 감사가 있을 정도로 관리도 허술하다. 마약사범과 불법 유통업자에 대한 처벌도 크게 부족하다.
수사 단계에서 마약 중독자에 대한 강제 치료 실시, 학생 등 젊은층에 대한 마약 퇴치 교육과 사회적 캠페인 강화, 내실 있는 국제 공조도 절실하다. 라오스·미얀마·태국 등에서 마약 반입이 늘며 가격이 크게 떨어진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미국 마약수사국(DEA)을 벤치마킹한 ‘마약청’ 신설을 통해 그동안 각개약진식으로 대처해온 14개 부처·기관이 공조할 수 있는 틀을 만들 때가 됐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미국과 중남미 등 마약에 병든 사회가 우리에게 펼쳐질 날도 머지않았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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