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이순신 마지막 그린 '노량'…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한 10년의 마침표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는 성웅(聖雄)의 마지막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장점만큼이나 단점 역시 명확하게 느껴져, 10년 여정의 마침표에 텁텁한 뒷맛과 아쉬움을 남긴다.
김한민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노량: 죽음의 바다'은 임진왜란 이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고자 했던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익히 알려졌듯 노량해전은 조선·일본·명나라가 뒤엉켜 전함 1,000여 척이 싸운 동북아 역사상 최대 해상 전투이자, 이순신 장군이 최후를 맞이한 전장이다.
이순신 장군만 그리는 것도 벅찼을 텐데...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아쉬움
왜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아들과 동료, 백성을 그리는 마음은 결코 식을 수 없을 듯 끓어오르지만, 적진에 완벽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전장을 누빌 때는 한없이 서늘하고 침착하게 느껴지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김윤석 배우는 유연한 완급 조절로 소화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이순신 장군 한 명을 깊게 응시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특히 여우 같지만 우둔하고 어리석으며 우유부단한 도독 진린을 연기한 정재영 배우나 의로운 마음으로 대의를 위해 삶을 바치는 준사로 분한 김성규 배우, 누구보다 영리한 동시에 피도 눈물도 없이 무자비하고 결코 흔들리지 않는 시마즈의 백윤식 배우 등의 호연이 빛을 낸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러한 연출로 인해 되려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이순신 장군의 밀도는 한층 낮게 느껴진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놓여있는 복잡한 시대적·정치적 상황이나, 군인이자 아버지로서 갖고 있는 내면의 외로움과 고독함 등에 한층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00분의 치열한 해상 전투가 선사하는 영화적 재미, 다만 갈 길이 멀다
다만 이 거대한 전쟁씬이 시작되기까지 감독은 한 시간여 공을 들여 당시 각국이 처했던 복잡한 상황과 각 인물들이 지닌 목적과 욕망 등을 설명한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은 템포를 유지하며 다소 지난하게 느껴지는 이 과정으로 인해 일부 관객은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극 후반부 해상 전투씬에서 더욱 큰 쾌감을 느끼기 위해 관객은 꽤나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담백함 한 스푼이 필요한 순간
특히 이순신 장군의 최후와 그의 유언을 지나친 감정 과잉이나 극화 하지 않은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으나, 결말 이후 곧장 에필로그 형식으로 이어지는 광해 세자의 모습 등은 감독의 욕심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불필요한 사족으로 다가와 아쉬움을 남긴다.
대규모의 해상 전투씬과 역전과 승리의 순간 등, 영화를 보는 많은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역사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작품의 높은 완성도가 주는 감동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단언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간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등 10년간 이어져 온 시리즈 내내 제기 됐던 문제는 이번에도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작품 역시 명쾌한 해결책과 선명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국민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그린 앞선 두 작품의 관객만 도합 2487만 명, 작품성과 무관하게 '노량: 죽음의 바다'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만큼 한 번 더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가능성은 적지 않다. 최근 얼어붙었던 극장가가 '서울의 봄'의 메가톤급 흥행으로 인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상황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에게는 흥행 바톤을 이어 받을 찬스이기도 하다.
10년간 이어진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이자 올해를 마무리 짓는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 등 다양한 수식어를 지닌 '노량: 죽음의 바다'가 관객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까? 영화는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연출.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53분.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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