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이순신 마지막 그린 '노량'…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한 10년의 마침표

김성현 2023. 12. 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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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는 성웅(聖雄)의 마지막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장점만큼이나 단점 역시 명확하게 느껴져, 10년 여정의 마침표에 텁텁한 뒷맛과 아쉬움을 남긴다.

김한민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노량: 죽음의 바다'은 임진왜란 이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고자 했던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익히 알려졌듯 노량해전은 조선·일본·명나라가 뒤엉켜 전함 1,000여 척이 싸운 동북아 역사상 최대 해상 전투이자, 이순신 장군이 최후를 맞이한 전장이다.

이순신 장군만 그리는 것도 벅찼을 텐데...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아쉬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김 감독은 '명량'(2014)에서 최민식 배우를 통해 뜨겁게 타오르는 불처럼 의지를 지닌 이순신의 모습을, '한산: 용의 출현'(2022)의 박해일 배우로는 고요하고 차가운 물처럼 냉철함과 차분한 면을 담아 한 인물을 다양한 시선으로 그려낸 바 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김윤석 배우가 연기한 이순신 장군은 불과 물, 양쪽 면이 동시에 공존한다. 그는 힘주어 연기하기보다는 다소간 힘을 빼는 방식을 택해 자신만의 이순신 장군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왜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아들과 동료, 백성을 그리는 마음은 결코 식을 수 없을 듯 끓어오르지만, 적진에 완벽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전장을 누빌 때는 한없이 서늘하고 침착하게 느껴지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김윤석 배우는 유연한 완급 조절로 소화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이순신 장군 한 명을 깊게 응시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치 감독은 이순신 장군 외에도 다양한 인물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며 작품의 입체감과 색채를 더하려는 듯한 연출 방식을 택한다. 덕분에 왜군 수장 시마즈(백윤식 분),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 분), 부도독 등자룡(허준호 분), 항왜 군사 준사(김성규 분) 등 배우들의 색다른 변신과 개성 가득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여우 같지만 우둔하고 어리석으며 우유부단한 도독 진린을 연기한 정재영 배우나 의로운 마음으로 대의를 위해 삶을 바치는 준사로 분한 김성규 배우, 누구보다 영리한 동시에 피도 눈물도 없이 무자비하고 결코 흔들리지 않는 시마즈의 백윤식 배우 등의 호연이 빛을 낸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러한 연출로 인해 되려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이순신 장군의 밀도는 한층 낮게 느껴진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놓여있는 복잡한 시대적·정치적 상황이나, 군인이자 아버지로서 갖고 있는 내면의 외로움과 고독함 등에 한층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00분의 치열한 해상 전투가 선사하는 영화적 재미, 다만 갈 길이 멀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 당시에도 치열한 해상 전투씬이 영화의 백미로 화제가 됐던 바, '노량: 죽음의 바다'는 그간의 노하우와 야심이 응축된 결과물로 보인다. 물 위에서 펼쳐지는 장장 100분 간 이어지는 최후의 전쟁은 그 자체로 충분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부터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까지 계속되는 전쟁은 '노량: 죽음의 바다'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다. 조선·일본·명나라 군사들이 한데 뒤엉켜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이나, 다양한 전술을 펼치는 해전은 영화 속에서 완성도 높게 그려진다.

다만 이 거대한 전쟁씬이 시작되기까지 감독은 한 시간여 공을 들여 당시 각국이 처했던 복잡한 상황과 각 인물들이 지닌 목적과 욕망 등을 설명한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은 템포를 유지하며 다소 지난하게 느껴지는 이 과정으로 인해 일부 관객은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극 후반부 해상 전투씬에서 더욱 큰 쾌감을 느끼기 위해 관객은 꽤나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담백함 한 스푼이 필요한 순간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반복해서 등장하는 과거 회상 장면(플래시백)이나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전투씬 중간 이순신 장군이 전쟁으로 먼저 떠나간 이들을 떠올리는 연출 역시 영화를 낡고 지루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약점이다. '한산: 용의 출현'이 '명량'에 비해 한층 담백한 맛으로 호평 받았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과거 문제점으로 지적 받았던 방식을 다시금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최후와 그의 유언을 지나친 감정 과잉이나 극화 하지 않은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으나, 결말 이후 곧장 에필로그 형식으로 이어지는 광해 세자의 모습 등은 감독의 욕심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불필요한 사족으로 다가와 아쉬움을 남긴다.

대규모의 해상 전투씬과 역전과 승리의 순간 등, 영화를 보는 많은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역사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작품의 높은 완성도가 주는 감동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단언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간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등 10년간 이어져 온 시리즈 내내 제기 됐던 문제는 이번에도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작품 역시 명쾌한 해결책과 선명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국민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그린 앞선 두 작품의 관객만 도합 2487만 명, 작품성과 무관하게 '노량: 죽음의 바다'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만큼 한 번 더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가능성은 적지 않다. 최근 얼어붙었던 극장가가 '서울의 봄'의 메가톤급 흥행으로 인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상황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에게는 흥행 바톤을 이어 받을 찬스이기도 하다.

10년간 이어진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이자 올해를 마무리 짓는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 등 다양한 수식어를 지닌 '노량: 죽음의 바다'가 관객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까? 영화는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연출.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53분.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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