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마켓워치] 중기 자금조달 돕는다더니… 대기업만 혜택 보는 QIB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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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외국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제3지대'로 마련된 적격기관투자자(QIB) 채권 시장이 대기업과 대형 금융사에 잠식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IB 제도는 공시 부담으로 공모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중소·벤처기업들 대상으로 자금조달 문턱을 낮춰주겠다며 2012년 7월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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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행기관 중 중기는 전무
대기업 해외채권 발행 통로 이용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12일 기준) QIB채권 발행기관 중 중소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SK하이닉스(25억달러), 포스코(20억달러), LG에너지솔루션(10억달러), 대한항공(200억엔), 네이버(200억엔) 등 대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형 금융사들도 상당했다. 하나은행은 5억달러, 6억유로 규모로 2차례 발행했고 국민은행 역시 5억달러와 5억유로어치를 찍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각각 6억달러, 10억달러어치 QIB채권을 발행했다. 한국투자증권 발행금액은 204억엔을 기록했다.
QIB 제도는 공시 부담으로 공모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중소·벤처기업들 대상으로 자금조달 문턱을 낮춰주겠다며 2012년 7월 도입됐다. 공모시장 대비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의무 부담이 완화돼 있고, 사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정보 취득 및 매매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QIB시장 내에서만 사고팔 수 있다는 제약이 걸리지만, 일반 사모사채와 달리 1년 전매제한기간이 없다.
당초 발행 기업은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5000억원 미만인 곳으로 한정됐으나, 2019년부턴 이 기준이 2조원으로 상향됐다. 다만 국내기업이 해외증권을 발행할 땐 자산규모 제한이 없다.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이유다. 외국기업이 '김치본드(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외화표시로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할 경우엔 아예 규제가 없다.
대상 증권은 일반회사채,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관련사채 등이다. 기업어음(CP), 주식, 수익증권, 파생결합증권 등은 발행이 안 된다.
문제는 중소·외국기업을 더 이상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공·사모 시장과 마찬가지로 저등급 채권에 대한 기관수요 자체가 희박하기 때문에 발행자 입장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발행하는 쪽에만 허들을 낮춰줬고, 채권 수요자 측에는 이렇다 할 유인책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시장이 조성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규정상 사모채로 취급받아 기관 입장에선 내부적으로 투자 제한이 있기도 하다.
그마저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 올해도 한신공영(400억원)을 빼고는 모두 '외국에서 발행하는 증권(Korean Paper)'으로 채워졌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시 부담 등이 완화돼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A등급 이하 물량에 대한 기관 수요가 없기 때문에 QIB시장이라고 해서 중소기업이 진입하긴 어렵다"며 "외국기업이 들어와서 채권을 발행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채권업계 관계자는 "QIB가 아시아 시장들과 공동 발전을 목표로 추진된 것도 있는데, 그 의미도 퇴색됐다"며 "추가적인 혜택이 없다면 활성화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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