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문닫는 공공예술공간···신진작가 설 곳 좁아진다
'사실상상실' 전시 끝으로 사라져
인천·대구서도 잇따라 운영 종료
거버넌스 논의·워크숍 장소 한계
"지역사회 교류·상생 해법 찾아야"
지난 15년 동안 젊은 예술인들에게 안정적으로 전시 장소를 제공하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 준 서울 ‘서교예술실험센터’가 이달 중 문을 닫는다. 서울 서대문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는 17일까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재학생 13인의 기획전시 ‘사실상상실’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한다. 최근 이곳 뿐 아니라 ‘인천아트플랫폼’을 비롯한 많은 젊은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별다른 계획 없이 문을 닫고 있어 예술계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9일부터 17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1층에서 열리는 전시회 ‘사실상상실’은 ‘사실’, ‘실상’, ‘상상’, ‘상실’ 등 네 가지 해석이 가능한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를 기획한 홍익대 학생들은 이곳 센터와 마주할 이별을 회화, 조형물 등 각자의 다양한 예술 언어로 풀어낸다. 대형 상업 갤러리 전시에 비해 작품은 거침없고 적극적이다.
센터 건물은 마포구 소유다. 센터는 서울시를 통해 이 건물을 무상 사용하는 것으로 임대 했는데 최근 안전상의 이유로 내년 복원 공사를 결정했다. 공사를 하면 1년 정도 공간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무상사용 임대 계약을 해지 했고 복원 공사 후 공간의 용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작가들은 이 공간의 가장 큰 기능으로 민관 협력의 ‘거버넌스’를 꼽는다. 수많은 젊은 작가들은 센터 1층에 모여 소규모 모임을 갖고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덕분에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전시라도 행정가가 기획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가 직접 사회적 함의를 담은 전시를 기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원 공사만 결정되고, 이후의 후속 조치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센터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시를 기획한 홍익대 동양화가 학생들은 전시 보도자료에서 “상실은 대개 무언가 사라진 상태로 여겨지지만 이 공간의 개념은 쉬이 소멸하지 못하고 남는다”며 이번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젊은 작가들의 예술적 도전과 안정적 작업활동을 지원하는 장소가 사라지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장소는 ‘인천아트플랫폼’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작업 공간 뿐 아니라 20~30명 작가들의 레지던시 공간을 갖춘 ‘작가들의 공유 오피스’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스타트업 공유오피스처럼 레지던스 역시 작가들에게 안정적 작업 환경과 인적 교류, 교육을 위한 워크숍 등의 장소를 제공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0년 넘게 400여 명의 작가들을 배출하면서 국내 5대 공공 레지던시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인천시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사무를 수탁한 인천문화재단에 레지던시가 아닌 다른 사업 기획을 요구했다. 예술가의 창작 공간에 더해 지역사회가 공감할 만한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아트플랫폼의 기능을 전환하라는 내용이다. 인천 지역 출신 예술가가 많지 않아 지역사회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 이에 대해 포토콜라주 작품으로 인기가 높은 작가 이희준은 “시민들과 교류하고 지역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관련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 작가들이 기획해 발전시킬 수도 있다”며 “레지던시는 단순히 경력, 작업실 공간을 넘어 한 작가의 생의 소중한 기억, 커뮤니티, 관계,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전국의 유망한 작가들을 불러 모아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그들의 전시를 보여주고, 전시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서 문화 다양성을 높이는 기능을 해왔다.
올해 초에는 15년간 145명의 작가를 배출한 대구 경북의 가산창작스튜디오도 문을 닫았다. 폐교가 된 우록분교를 활용해 문을 연 이 스튜디오는 미국, 중국, 아프리카 등 해외 작가를 모집하는 수준으로 규모를 키웠으나 대구시 교육청이 우록분교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올해 초 운영을 종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등 대형 미술기관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곳들 중 존폐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며 “공공 작업공간이 없어지는 것은 한 대화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고 대화가 없어진 현대미술은 제도와 성취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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