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日 정치 흔드는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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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일본의 총선거를 앞두고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도입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자민당의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이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5%의 소비세 부과 방침을 제기하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민당은 여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소비세 방침을 철회했지만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 뒤 10년 동안 소비세는 일본 정치권의 금기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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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일본의 총선거를 앞두고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도입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자민당의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이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5%의 소비세 부과 방침을 제기하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도 선거에 악재로 작용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와 자민당은 여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소비세 방침을 철회했지만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 뒤 10년 동안 소비세는 일본 정치권의 금기어였다.
일본 정치에서 세금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폭발력이 큰 사안이었다. 특히 소비세는 수차례 역대 정권에 선거 패배를 안겨 ‘정권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다. 자민당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1986년 7월 중의원·참의원 동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당초 공언과 달리 ‘매상세(賣上稅)’라는 명칭의 소비세 도입과 소득세 삭감안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야당은 투쟁협의회를 구성해 민간단체와 손잡고 대규모 반대 운동을 벌였다. 결국 자민당 정부는 모든 조세 법안을 보류했다.
54년 만에 정권을 잡은 일본 민주당이 몰락한 것도 세금 문제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월 2만 6000엔의 아동수당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무상 복지 공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은 소비세 증세를 놓고 내부 갈등에 시달린 나머지 3년 3개월 만에 정권을 내줘야만 했다.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세(稅)’를 선정했다. 올해 일본에서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 소득세·주민세 감세, 고향 납세 논의 등 세금 문제가 정치 지형을 흔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증세를 추진하다가 끝없는 지지율 추락에 시달리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소득세와 주민세를 감세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을 맞고 있다. 우리도 횡재세 부과, 징벌적 과세 등 선거를 앞두고 반(反)시장적 발상에 휘둘리는 ‘세금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정상범 수석논설위원 ssa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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