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g당 얼마' 표기 의무화 … 정부 식품값 꼼수인상 막는다
공정위 가공식품 209개 조사
허니버터아몬드·체다치즈…
제품 용량 최대 12.5% 감소
단위가격 표시 의무 품목
컵라면·즉석조리식품 추가
온라인몰 적용 확대 추진
◆ 가격 꼼수인상 만연 ◆
정부가 단위가격 표시 의무 대상 품목을 늘리고 온라인에도 적용해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만 줄이는 변칙적 가격 인상 행태(슈링크플레이션)가 늘자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1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위가격 표시 의무 대상 품목을 현행 84개에서 즉석조리식품류, 컵라면, 위생용품 등을 추가해 확대하고, 온라인 매장에도 단위가격표시제를 도입한다.
단위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제품 포장지의 용량 표시 방식도 바꾼다. 변경 전 용량과 변경 후 용량을 같이 표기하는 방식을 적용할 전망이다.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용량이나 규격, 성분 등 주요 사항을 변경하면 사업자의 부당 행위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일부 기업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은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의 꼼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를 비롯한 견과류 16개 제품과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2개 묶음 상품),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장들이 상품과 15장들이 상품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원은 이들 제품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난달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서도 꼼수 인상이 적발됐다. 지난 8일까지 접수한 53개 제보 중 실제 용량 축소가 있었던 품목으로는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개들이 상품과 가정배달용 제품인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이 포함됐다. 이들 제품의 용량 감소폭은 10.0~17.9%다. 이 중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몰 등을 통해 고지한 브랜드는 바프와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뿐이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이 언급된 제품 10개 중 실제로 올해 용량을 줄인 상품은 9개가 확인됐다. 동원F&B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개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를 비롯한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 줄었다. 소비자원은 다만 일부 제조사가 용량 변경은 인정하면서도 포장재나 레시피가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꼼수 가격 인상 행태가 드러난 만큼 감시 체계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체와 자율협약을 맺어 대형마트·온라인 등에서 유통되는 1만여 개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소비자원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주요 생필품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 개 상품)으로 확대한다. 또 소비자원 안에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해 자율협약 이행점검과 신고센터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단위가격 표시제의 실효성도 강화한다. 현재 단위가격을 표시하고 있는 84개 품목 외에 즉석조리식품류와 컵라면, 위생용품을 추가한다. 또 온라인몰에도 단위가격 표시제를 적용해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통신판매중개자, 오픈마켓 포함 여부 등 온라인몰 확대 범위 등은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해 내년 2월에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소비자 대상 고지 없이 용량이나 규격, 성분 등 중요 사항을 변동하는 것을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이 인정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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