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CEO 첫 발탁···인적 쇄신 신호탄

허진 기자 2023. 12.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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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네이버 거쳐 카카오 합류
IT전문성·기업성장 이해도 높아
내정자 신분으로 쇄신TF장 겸임
주요 계열사 대표 대거 교체될듯
노조, 엔터 경영진에도 결단 촉구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 제공=카카오
[서울경제]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리스크로 인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한 카카오(035720)가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임기를 3개월 남짓 남겨둔 홍은택 대표의 후임으로 정신아(48·사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사명을 바꿀 각오로 쇄신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이틀 만이다. 모기업 격인 카카오의 대표 교체가 이뤄지면서 내년 1분기 중으로 임기 만료가 도래하는 다수의 계열사 CEO에 대한 인적 쇄신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정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카카오는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 내정자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김 창업자도 이날 사내 공지문을 통해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정 내정자는 커머스·핀테크·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정 내정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AI·로봇 등의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IT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올해 3월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데 이어 9월부터는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아 카카오 공동체 전반의 사업·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카카오 쇄신 방안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내정자 신분으로서 쇄신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회사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길 예정이다. 정 내정자는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면서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 내정자가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CEO에 오르게 되면 카카오 창사 이래 첫 여성 CEO가 된다. 아울러 최수연(42) 네이버 대표와 더불어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을 40대 여성 경영자가 이끈다.

카카오를 시작으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계열사 CEO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김 창업자는 경영진 교체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즉답은 어렵지만 이달 중으로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본체 대표 교체를 단행할 만큼 인적·조직 쇄신에 대한 의지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 등에 따르면 카카오 공동체 내 계열사 대표 77명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8월 공정위 공시 기준 카카오 공동체에 속한 계열사 수가 144개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가량에 달한다. 주요 계열사로 분류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브레인, 카카오게임즈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 대표 교체는 쇄신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되어야 하며 인적 쇄신을 완료하기 위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을 비롯해 현 경영진에 대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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