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든 아르헨 대통령 페소화 가치 반으로 싹둑

밀레이 정부 경제비상조치
달러당 365페소→800페소
교통 보조금 등 대거 삭감

지난 10일(현지시간) 출범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강력한 페소화 평가절하, 보조금 삭감 등을 골자로 한 첫 경제 조치를 발표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충격 요법의 일환이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12일 정부가 고정해둔 달러·페소 공식 환율을 달러당 365페소에서 800페소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페소화 가치를 약 54%나 평가절하하는 조치다. 페소화를 평가절하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재정·수출 흑자를 자랑하며 시작된 전 정부의 철학은 오늘날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공식 환율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질 환율 간 괴리가 확대되는 만큼 페소화 가치 하락을 제대로 반영해 시장 왜곡을 줄인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가치는 1070페소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목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페소화 평가절하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심각한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카푸토 장관은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을 통해 "우리는 몇 달 동안 전보다 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경제 조치에는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공공사업 입찰 중지, 1년 미만 정부 근로계약 미갱신 등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재정이 이전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는 파격 대책도 시행한다.

현재 18개인 정부 부처를 9개로 줄이고, 106개인 사무국도 54개로 축소한다. 카푸토 장관은 "아르헨티나는 지난 123년 중 113년간 재정적자를 겪었고, 항상 그 적자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며 "이제는 재정적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반응은 긍정적이다.

줄리 코잭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카푸토 장관의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아르헨티나 정부의 결정적인 정책 시행은 경제 안정과 더불어 보다 지속가능한 민간 주도의 성장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