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마약’ 펜타닐 패치 4800장 불법 처방한 의사, 1심 징역 2년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 4800여 장을 불법 처방한 의사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김미경)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정의학과 의사 A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50여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형외과 의사 B씨는 벌금 5000만원과 추징금 8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와 B씨는 중독자 C(30)씨가 “허리디스크 통증이 있다”고 하자 제대로 된 진료 없이 펜타닐 패치를 각각 4826장, 686장 처방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검찰은 A씨를 구속 기소했는데, 의약품으로 엄격하게 관리되는 펜타닐을 무분별하게 처방한 의사를 구속한 첫 사례였다.

이들 의사를 포함해 병원 16곳에서 3년간 7655장의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C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벌금 50만원과 추징금 1억2000만원도 함께 선고됐다. 재판부는 C씨의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따로 떼어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씨는 펜타닐 패치를 불에 태워 연기를 마시는 방법으로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의사 A씨에 대해 “의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마약류 의약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의사의 지위를 이용해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진단 없이 마약류 약물을 처방해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의사 B씨에 대해서는 “다른 약물과 치료 방법을 시도하지 않고 계속해서 약(펜타닐)을 처방해 준 점에 비춰볼 때 치료를 위해 처방했다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펜타닐은 원래 극심한 통증을 겪는 말기 암환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투약하는 약물이다. 강도가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에 이른다. 0.002g만 복용하면 호흡 기능 저하에 따른 저산소증으로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중독자들이 허리, 팔다리를 심하게 꺾은 채 비틀거리며 걷기 때문에 ‘좀비 마약’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