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터진 서울 시내 대학에 강의·연구·창업 공간 생긴다

서울시 용적률 완화 등 본격 지원
8개 대학 신산업 학과 신설 숨통
홍익대 담장 허물고 창업공간 지어

홍익대에 최근 신설된 창업공간 '아트앤디자인밸리' 조감도. 서울시 제공

캠퍼스가 비좁거나 이미 포화상태인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에 신산업 관련 학과 연구실과 강의 공간이 새로 생긴다. 건물을 더 높이 지으려 해도 각종 규제에 가로막히고, 학교 인근 부지나 건물을 매입하려면 너무 비싸 진퇴양난에 빠진 대학들의 고충을 서울시가 앞장서 해결해주며 도우미로 나선 덕분이다.

서울시는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핵심 인재 양성과 첨단시설을 확충하려는 대학에 용적률·높이 규제를 완화해주는 '오세훈표 공간혁신'을 본격화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마포구 홍익대 잔다리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홍성태 서울총장포럼 회장(상명대 총장)을 비롯한 시내 8개 대학교 총장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에 혁신을 더하다, 서울의 미래와 만나다'를 슬로건으로 대학의 공간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발표회를 개최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오 시장이 용적률이 꽉 차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학을 위한 '도시계획 지원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조례는 혁신성장구역(시설)을 도입할 경우 용적률을 1.2배까지 완화해주며 주변에 영향이 없으면 자연경관지구 내 대학시설의 높이 제한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완화는 시내 주요 대학에 큰 선물을 안겨줬다. 최근 '아트앤디자인밸리'라는 건물이 새로 생긴 홍익대가 대표적이다. 정문 오른쪽 경계를 따라 있던 옹벽과 담장을 허물고 기다란 모양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지상 2층·지하 4층, 연면적 1만7,160㎡(5,200평) 규모로 학생들의 창업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캠퍼스가 좁기로 유명한 홍대에 이런 건물이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이곳을 혁신성장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 완화 혜택을 톡톡히 본 덕분이다.

고려대는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정운오IT교양관의 건축계획을 당초 7층에서 10층으로 변경할 수 있었다. 여기에 반도체공학과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등을 신설할 예정이다. 연세대도 2025년 12월 준공 예정인 제5공학관의 건축계획을 7층에서 10층으로 늘렸다. 이곳에는 반도체 클린룸과 연구실험실이 들어선다.

서강대는 학생창의연구관과 신과학관을 신축해 스타트업 공간과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창작교육센터를 건립하고, 성균관대는 허브스퀘어를 건립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학습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화여대도 인공지능학과와 융합연구센터, 기업 연계 연구소가 있는 생활환경관 신축 준비 과정(설계용역)에 있고, 중앙대는 AI·SW학과와 반도체학과 연구실이 들어설 건물(205관) 기본 설계에 착수했다. 세종대는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 AI로봇학과, 우주공학드론학부, 지능형드론융합전공과 신설을 위한 건물(애지헌)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시는 '오세훈표 미래 혁신 대학'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도시계획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대학의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과 환경영향평가 절차 등 인허가 과정의 기준도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한다. 이후 내년 상반기 사업 실행 단계의 혁신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