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기현 사퇴 두고 이준석 “인민재판처럼 진행”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가진 '신동아' 인터뷰에서 "오전에 김 대표를 만나고 왔다"면서 "제안을 하거나 조건을 걸겠다는 게 아니라, 김 대표와 친분도 있고 하니 한 번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게 서운함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왜 저러는지 갑갑하지만, 싫어하거나 나쁜 감정이 있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당내에서 수일간 김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분출한 데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당에 들어온 뒤로 당의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김 대표는 그래도 당내 의원 중 합리적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는 "(그동안에도) 이분이 '백의종군하겠다'거나 '사퇴하겠다'는 얘기를 서너 번은 한 것 같은데 아무 의미 없잖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질 분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김 대표와의 회동에 앞서 전날에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만났다면서 "굉장히 내공 있는 분"이라고 했다.
아래는 주요 현안에 대한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그가 구상하는 신당의 정책 노선과 방향 등이 담긴 인터뷰 전문은 12월 20일 발매 예정인 '신동아' 2024년 1월호에 실린다.
김기현과의 만남
김기현 대표와는 먼저 만남을 제안한 건가."예전부터 만나자는 제안은 누구를 통해 많이 들어왔는데, 12월 27일 (탈당을) 예고한 뒤로 그전에 한 번은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제안을 하거나 조건을 걸겠다는 게 아니라, 김 대표와 친분도 있고 하니 한번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에 대해서는 서운함이 없나.
"왜 저러는지 갑갑하지만, 싫어하거나 나쁜 감정이 있을 이유가 없다."
페이스북에 마치 '김기현을 위한 변론' 같은 글을 썼던데.
"지금 많은 일이 인민재판처럼 진행됐고, (당) 안에서 앞장서는 홍위병 같은 사람들도 있다. 당내 초선 의원들이면 당의 핵심관계자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그런 데 앞장서는 게 너무 모양새가 안 좋다. 정당이라면 일반적인 회사보다도 원리원칙 및 역사와 전통에 충실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당에 들어온 뒤로 당의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그래도 당내 의원 중에서 합리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인데, 오히려 이렇게 공격당하는 게 참 황당한 상황이다. 지금 수도권 (위기론) 얘기하는데, 서울 어디 나가서 '국민의힘을 안 찍으시는 이유가 뭡니까' 물었을 때 '김기현'이라는 답이 나올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오늘 오전 하태경 의원은 김 대표를 두고 '대표직 사퇴, 울산 지역구 출마'로 당내 총의를 모으자던데.
"거꾸로라면, 그러니까 '대표직 유지, 울산 지역구 불출마'면 모르겠는데 대표직 사퇴는 김기현 정치 그만하라는 얘기다."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분이 정치하면서 여러 번 말을 갈아탄 것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 집권 과정에서도 이분이 '백의종군하겠다'거나 '사퇴하겠다'는 얘기를 서너 번은 한 것 같다. 그런데 아무 의미 없잖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출마를 못하게 된 셈 아닌가.
"출마를 못한다 한들 어떤 딜(deal)이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출마에 대해) 그렇게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연대설이 나온다. 이 전 대표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실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도 연대할 수 있나.
"역설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 때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 나갔다. 이 전 대표는 총리이기도 했고 대선 준비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축적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부각됐으면 좋겠다. 문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질 분이 결코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와 공유지대가 있나. 과거 바른미래당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연합이라고 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나.
"이낙연 전 대표는 보수층에서도 좋아하는 분이 상당수 있다.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호남 출신의 민주당 소속이면 기본적으로 통일 정책 등에 있어 (보수와) 이견이 있을 거다. 그 점에 대해서는 꾸준히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당에서 예를 들어 대권 경쟁이 일어나서 (통일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각자) 제시했을 때 국민이 어느 한쪽을 택하면 그 사람의 (의견이) 신당의 통일 담론이 되는 거다. 차이점을 찾아서는 신당이건 빅텐트건 성공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무슨 공부를 하나.
"사람 만나느라 정신없어 책을 거의 못 읽는다. 어제(12일)는 양향자 의원을 만나 40~50분간 과학기술에 대한 대화를 하니 정말 재밌더라. 대화가 통하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양 의원과도 접점을 만드는 건가.
"처음 만났지만 굉장히 내공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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