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규모 7 지진 나면, 고정나사 흔들리며 생긴 균열로 대형 원전 사고 가능”
경북 경주 월성 원전 3호기 인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면 방사성 기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성환, 민형배 민주당 국회의원,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원자력 안전과 미래, 그린피스 등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진과 원전 안전: 노후 원전 부적합 앵커볼트와 활동성 단층의 발견’ 토론회를 열고 월성 원전 인근에서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하면 생길 수 있는 사고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월성 원전 등 국내 노후원전 14기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됐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앵커볼트는 원전 내 설치되는 기기, 설비를 콘크리트 바닥, 벽,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고정 나사다. 김 의원은 격납 건물 압력 경계 등에 정착된 앵커볼트 중 설계 도면에서 요구하는 길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비 내진 앵커볼트가 전체 앵커볼트 대비 10% 정도라고 주장했다. 격납 건물은 ‘최후의 방호벽’으로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손문 국가 활성단층연구단장(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등에 최대 규모 6.5~7.0의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총 16개의 제4기 단층 분절이 존재함을 대규모 연구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라며 “이중 고리, 월성원전 단지 반경 32㎞ 내에 5개에서 7개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월성원전 설계와 시공 점검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경주 월성원전 30㎞ 이내에서 규모 7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때를 가정한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을 보면 지진 발생 후 월성 3호기 격납 건물의 기밀성을 유지하는 벽 등에 설치된 총 332개 기기, 1300개의 앵커볼트가 흔들리며 방사성 물질을 차단해 가두는 역할을 하는 에폭시라이너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격납 건물 내 앵커볼트가 고정된 콘크리트가 파열될 가능성도 있다.
비 내진 앵커 볼트로 고정됐던 안전 관련 기기가 손상되면 원자로가 안전 정지 기능을 못 하게 된다. 격납 건물 내부는 점점 과온, 과압 상태가 되면서 1차 냉각재 배관이 파손될 수 있고, 증기·삼중수소가 격납 건물 외부로 방출된다. 방사능 수증기가 경주, 울산 전역으로 퍼지게 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기술기준을 적용하는 캐나다 규제기관에 비 내진 앵커 사용이 허용됨을 확인했다”라며 “이후 월성 가동 원전 비 내진 앵커에 대해 내진 성능평가를 수행하여 설계 지진 요건에 만족함을 확인했다”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실에 부적합 앵커 볼트 사용 문제를 제보한 이희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위촉 연구원은 원안위의 보도자료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연구원은 원안위와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의 서한을 공개한 뒤 “서한에는 비 내진 앵커를 허용한다는 CNSC의 의견은 없으며, 월성원전 격납건물의 앵커볼트 시스템은 캐나다 원설계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CNSC의 규정에는 격납 건물에 시공되는 앵커볼트도 격납 건물과 같은 내진 성능을 요구한다.
원안위가 수행했다고 밝힌 ‘내진 성능 평가’에 대해서도 이 연구원은 “시공 전 진행해야 하는 검증을 사후에 산술적 수치를 계산하는 평가로 진행한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CNSC가 준용하는 미국 재료 규격 및 시험에 관한 기준(ASTM E488)에 따르면 앵커볼트는 시공 전 콘크리트에 매립된 내진 앵커볼트의 실물 샘플을 제작해, 국외에서 외부 충격을 버틸 수 있는지 검증해 보고서로 남겨야 한다. 이 연구원은 원안위가 원전 시공 전 내진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변호사는 “전체 14기 원전에 장치된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는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원전 운영허가기준을 만족 못 한다”라며 “한수원은 부적합 사항 보고와 시정조치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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