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기후 다음의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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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해소는 전 지구적으로 최우선 과제다.
기업들도 이 과제를 담당하는 중요한 축이다.
기업이라는 조직이 가진 효율성과 수월성은 기후위기 해소에 반드시 필요한 동력이다.
특히 기업의 인적자원과 인권, 즉 노동의 과제들이 사회(S)부문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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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해소는 전 지구적으로 최우선 과제다. 기업들도 이 과제를 담당하는 중요한 축이다. 기업이라는 조직이 가진 효율성과 수월성은 기후위기 해소에 반드시 필요한 동력이다. 정부나 시민사회는 물론 소비자, 공급자, 노동자, 투자자까지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들의 협력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중이다. 환경친화적 경영은 기업들에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6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기후위기 정보의 기업공시를 위한 환경(E)부문 공개초안을 가장 먼저 확정하였다.
이와 함께 후속 과제에 대한 탐색도 시작되었다. 올해 5월 초 열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서는 기후위기 다음의 ESG 현안으로 생물다양성, 인적자원, 인권을 제시하였다. 주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감안하여 2년 내에 추가적인 공개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의 인적자원과 인권, 즉 노동의 과제들이 사회(S)부문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미 국제적인 ESG 평가기관들은 노사관계, 종업원의 경영 참여, 단체교섭협약 등을 노동 관련 주요 평가지표로 분석하고 있다. 과제의 경중을 파악하고, 평가방법론을 다듬는 중이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당분간 노동부문의 ESG 평가에서 낙제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기업의 노사관계에 대한 국제기관들의 평가는 이미 오랜 기간 세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의 노사관계 순위는 90위권 밑이다. 노조조직률은 10%를 겨우 웃도는데, 그나마 소수의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청 노동이나 비임금 근로 영역에서 형성되는 집단적 이해갈등도 첨예하다.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국회 문턱을 겨우 넘은 '노란봉투법'은 거부권에 가로막혀 표류 중이다.
우리 노동의 문제는 중첩적이기까지 하다. 세대갈등과 지역갈등, 계층갈등이 얽혀 있다. 새로운 세대들의 부상, 지역 일자리의 붕괴, 노동시장과 노동조합의 분화, 고령화와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사회안전망을 개혁할 필요까지, 과제의 목록이 길다. 정부가 노사관계의 추를 들고 뒤흔드는 특이한 구조에서, 누가 해법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조차 즉답하기 어렵다.
전 지구적 경각심이 높은 환경(E)문제나 이미 오랫동안 논의해온 지배구조(G)도 여전히 어려운 과제지만 이해관계자 간 이해상충의 여지가 큰 노동(S)문제의 해법은 오히려 더 복잡할 수 있다. 노동 관련 지속가능성 공시안이 확정되고,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의 로드맵대로 노동 관련 정보를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통합하여 공시하게 되면 노동의 문제가 자본시장 법규범의 영역으로까지 진입하게 된다. 기업에서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파악하고 측정하고 평가할 것인가. 국제표준에 한참 못 미치는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자본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체계적 위험 요인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닌가. 노동의 소외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우리 기업과 사회는 지속가능한가. 국제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난제를 해소할 전망을 요구하고 있다.
[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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