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에게 등록 요구해왔던 이유

이상화 기자 2023. 12. 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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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부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됩니다. 1992년 우리나라가 자본시장을 열면서 도입된 제도였는데, 30년 만에 없어지는 겁니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려면 금융감독원에 별도의 사전등록을 해야 했습니다. 금감원에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투자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 우리나라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계좌를 만들 수 있었던 건데요.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요구 서류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한국 삼성전자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를 만들려면 한국 금감원의 등록을 받는 절차가 한 단계 더 거쳐야 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미국 애플에 투자하려고 할 때 따로 미국 정부에 등록하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등록제는 국내 금융시장 규제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1992년 자본시장 개방되며 만들어져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는 1992년 만들어졌습니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해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외국인 한도 제한이 있었습니다. 자본시장은 개방했지만 너무 많은 외국인 자본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종목별로 외국인 비중한도가 있었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어떻게 투자활동을 하는지 추적이 필요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였습니다.

1998년 외국인 한도제한이 원칙적으로 폐지됐지만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이어져왔습니다. IT기술 발전과 함께 금융시장은 그동안 발전해왔는데 규제가 계속돼 왔던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베트남과 인도, 대만 정도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등록이 까다로운 것 외에도 한국 정부가 거래 개인 정보를 직접 살펴보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고 말합니다. 금융업계에서는 법인식별기호(LEI) 제도 등이 잘 만들어져 등록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방치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려…그런데 공매도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이 수익성이나 자산가치가 비슷한 해외 기업보다 저평가를 받는 현상인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처럼 외국인들의 투자를 막는 규제들이 일조했다는 겁니다.

실제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와 함께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활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비중은 26.9%인데 2019년 33.3%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 추세입니다. 실제 MSCI는 한국이 경제 규모와 주식시장 규모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시장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합니다.

한국 증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리고 있지만 계속 불발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외에도 영문공시 단계적 의무화, '깜깜이' 배당 투자 관행 해소 등을 내놓으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외국인 장외거래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공매도 전면 금지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에는 어긋난다는 분석입니다. 외국에서 일반적인 투자 방식을 우리 정부가 마음대로 열었다 닫는 게 맞지는 않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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