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음을 듣기 편한 음악으로… 루시드폴의 선한 영향력

박상후 기자 2023. 12. 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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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가수 루시드폴(48·조윤석)이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긍정 메시지 전파에 나섰다.

루시드폴은 지난 1998년 밴드 미선이(루시드폴·김정현·이준관)로 데뷔한 아티스트다. 눈에 띄는 건 그의 학력이다. 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를 졸업하고 스웨덴 왕립공과대학(KTH)에서 석사를 마친 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루시드폴은 '프로N잡러'로 유명하다. 가수 활동 뿐만 아니라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에세이 집필도 하고 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귤·레몬 등을 키우는 농부로 살아가는 중이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루시드폴은 사람의 소리는 물론 바닷속 생물·풀벌레, 공사장의 굉음 등 현존하는 다양한 소리를 재료 삼아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앰비언트의 새 지평을 연 루시드폴의 신보 '비잉-위드(Being-with)'는 모든 것들의 소리를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루시드폴의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마테르 돌로로사(Mater Dolorosa)'를 포함해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루시드폴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여름에는 오전 3시 30분에 눈을 뜬 뒤 차 마시고 농장으로 향한다. 보통 오전에는 머리가 제일 맑을 때라 음악 작업을 한다. 몸 쓰는 농사일 경우 오후에 한다."

- 앰비언트는 어떤 장르인가.
"다른 음악에 비해 장르가 비교적 모호하다. 규정을 안 하면 메시지 전달이 어렵다. 현존하는 모든 것들의 소리를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게 앰비언트다. 이번에도 갖가지 사운드를 재료 삼아 앨범을 완성했다."

- 앰비언트 앨범을 발매하게 된 이유가 있나.
"꽤 긴 시간 기타로 곡을 쓰는 음악만 해 왔다. 근데 2018년 농기계에 손을 다쳤다. 기타를 칠 수 없는 상황이라 두려웠다. 스스로 불안해서 다른 음악을 많이 접하기 시작했고 앰비언트가 눈에 들어왔다. 소리에서 음악적 요소를 끄집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에게 두 가지 음악적 자아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앰비언트 앨범을 발매하게 됐다."
루시드폴
- 첫 번째 앰비언트 앨범과의 차별점이 있나.
"2021년 첫 번째 앰비언트 앨범 '댄싱 위드 워터(Dancing With Water)'보다 독하게 가고자 노력했다. 소음을 다루는 직업은 괴롭지 않나. 그런 소리를 음악으로 바꾸면서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소리 폐기물을 업사이클한 앨범이 '비잉 위드(Being-with)'다."

- 타이틀곡 '마테르 돌로로사(Mater Dolorosa)'는 어떤 노래인가.
"공사장 소리를 녹음해 음악으로 만들었다. 소리를 녹음한 뒤 잘게 잘라서 섞고 셔플링 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리고 나면 원형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나온다. 그걸 다시 샘플링해서 음정이 있는 악기로 만들었다."
루시드폴
- 앰비언트 음악을 계속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소리를 의미 있게 경험했을 때 비로소 음악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세상에 있는 걸 나라는 필터를 통과해서 의미 있게 바꾸는 게 좋더라. 계속해서 작업을 해 나갈 예정이다."

- 화학공학을 전공했는데 음악 할 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나.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책 찾아가며 세상의 원리를 밝히는 학문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수업도 별로 듣지 않았다. 실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음악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긴 하다."

- 원래부터 섬세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나.
"사실 유년 시절이 힘들었다. 슬픔이 많은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감수성이 예민했고 외로움을 일찍 알았다. 그 순간 부모님이 끝없는 사랑을 줬다. 그래서 가장 근본적인 마음에는 단단한 감성이 있다. 지금까지 부모님을 계속 신뢰하는 이유인 것 같다.
루시드폴
- '프로N잡러'가 된 이유도 궁금한데.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유가 있다. 사실 유학을 떠났을 때 음악만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너무 힘들어서 보장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연구원을 하다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음악만 하게 됐다. 이후 예능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못 하겠어서 제주도로 향했다. 이주한 뒤 농사도 짓게 됐다. 흘러가는 대로 하게 된 것 같다."

- LP 발매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사실 애를 많이 먹고 있다. 앞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 많은 분들에게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해 드리고 싶어서 LP 발매를 하는 것 같다. LP는 소리로 느끼고 눈으로도 볼 수 있다. LP 발매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2023년의 루시드폴이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안테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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