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심화시대, 제4의 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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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개발한 GPT 시리즈를 토대로 올해 출시된 챗GPT는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챗GPT가 촉발한 세계적 충격, 그 잠재적 위험을 규제하려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서로 다른 전략에 대한 분석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특한 경로로 자리 잡은 '한국형 디지털 사회'의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이들과는 다른 제4의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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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개발한 GPT 시리즈를 토대로 올해 출시된 챗GPT는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로 이동시켰지만, 그 위험도 만만치 않다. 올해 8월 발간된 '네이처'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의 제목은 '인공지능(AI) 규제에 관한 갈등하는 비전'이다. 챗GPT가 촉발한 세계적 충격, 그 잠재적 위험을 규제하려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서로 다른 전략에 대한 분석이 그 핵심이다. AI 기술에 대해 EU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규제를, 미국은 최소한의 규제를, 중국은 사회 통제에 활용하기 위한 독자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상이몽을 그린 것이다.
과학 학술지 지면을 채운 AI 규제와 관련한 제도적 다양성 논쟁은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특한 경로로 자리 잡은 '한국형 디지털 사회'의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AI 시대를 이끈 힘은 미·중 G2 경쟁이다. 미·중 빅테크 기업은 기축 플랫폼으로서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능력을 갖췄다. 중국이 만리방화벽을 쌓아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파놉티콘 감시 사회로 가는 인프라로 삼았다면, 미국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승자의 느긋함을 풍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 권리장전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핵심은 시민 프라이버시 보호와 '알고리즘 차별' 금지일 뿐, 미국산 빅테크의 글로벌 영향력을 제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디지털 심화 과정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곳은 유럽이다. 디지털은 국가의 안보, 경제질서, 개인 프라이버시 등을 관통하는 새로운 문제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시민의 데이터 주권도 국가적 데이터 주권도 모두 미국 빅테크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AI와 빅테크 규제에 진심인 이유다. 지난 6월 유럽의회는 AI의 위험을 규제하기 위한 'AI법'을 통과시켰다. 11월 초 영국에서 열린 AI 안보정상회의엔 한국을 포함한 28개국 대표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참여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개발자들이 시스템의 안전, 효과성, 프라이버시 보호, 투명성, 설명 가능성, 그리고 비차별성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미국, 중국, 유럽과 다르다. 그래서 이들과는 다른 제4의 길을 찾아야 한다. 미·중 디지털 기축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을 지녔다. 그래서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활용할 AI 산업의 생태계를 갖추었다.
지난 9월 25일 발표한 '디지털 공동 번영 사회의 가치와 원칙에 관한 헌장'(디지털 권리장전)은 한국 정부가 미국이나 유럽과 견주어 어떻게 안전하게 공동 번영의 사회로 나아갈지를 제시한 국제적 선언이다. 국제 표준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개인 자유, 공정한 접근, 안전, 자율과 창의, 인류 후생의 증진 등에 관한 원칙을 담은 선언은 인류 공통의 토대다.
그러나 숨겨진 핵심은 미국, 중국, 유럽과 차별화된 한국만의 제4의 길을 제시하는 것. 디지털 사회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공성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산업화의 토대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국적 원칙에 대해 얼마나 많은 나라가 공감하느냐에 산업화 가능성과 미래가 달려 있다. 국내적 시각에 갇힌 플랫폼 때리기를 넘어 디지털 영토를 넓히기 위한 글로벌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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