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을 땐 ‘오픈런’, 없을 땐 ‘마감런’…퇴근 후 무조건 달린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12. 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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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가면 없어요. 퇴근하자마자 바로 가야 해요."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

퇴근 후 집에 가기 전 종종 인근 대형마트 델리코너에 들러 먹거리를 사 간다는 그는 "마감 시간대에 서둘러 가면 상품이 저렴하다. 싸고 간단하게 한 끼 때우기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있어 퇴근 후 유동인구가 많은 점이 저녁 시간대 델리 매출을 적극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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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대 먹거리 할인상품 인기
2030, 편의점서 간편식 대거 구입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즉석 조리식품을 고르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늦게 가면 없어요. 퇴근하자마자 바로 가야 해요.”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 퇴근 후 집에 가기 전 종종 인근 대형마트 델리코너에 들러 먹거리를 사 간다는 그는 “마감 시간대에 서둘러 가면 상품이 저렴하다. 싸고 간단하게 한 끼 때우기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명 ‘마감런’이다.

소비자물가가 너무 올라 이젠 긴축해도 힘들어졌다는 A씨는 “여러 방법을 고민해보다가 식비부터 줄이기로 했다”며 “나가서 먹는 것, 집에서 먹는 것이 모두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녁에 마트에 가면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부담이 연일 가중되고 있다. 외식은 물론, 장을 본 뒤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수준에 이르면서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끼는 방안들이 주목받고 있다.

13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오후 6시 이후 델리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있어 퇴근 후 유동인구가 많은 점이 저녁 시간대 델리 매출을 적극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본점 외에 다른 모든 지점에서도 오후 6시 이후 델리 부문 판매량이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찬을 판매하는 한식연구소의 마감 매출은 17% 늘었다.

통상적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저녁 시간대 먹거리 상품을 정가보다 20~50% 할인해 판매한다. 신선식품이 그 특성상 제조한 다음 날 판매하기 어려운 만큼 재고를 처분하기 위함인데 고물가 기조 영향으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는 추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30개월 연속 웃돌았다. 가공식품은 24개월째 상회 중이다. 사진은 지난 6일 명동거리의 식당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유통업계에서는 물가 상승 속 소비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저녁 시간대 판매하는 델리 상품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기피했지만, 물가 동향에 따라 선호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한 ‘김혜자 도시락’ 등을 판매하는 GS25에서는 지난 10월 말 선보인 ‘혜자로운 알찬한끼세트’가 출시 6주 만에 8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매주 10만개 이상이 판매된 셈이다.

이 간편식 제품은 20대와 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GS25가 구매 성별과 연령대 분포를 분석한 결과, 2030 남성이 39.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2030 여성이 27.6%를 차지하는 등 20대와 30대의 비중이 66.7%에 육박했다.

알찬한끼세트는 특히 오후 6~9시 사이에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 오피스 상권과 학원가 등에서 수요가 많았는데 퇴근 시간대 직장인과 학생들의 한 끼 부담을 덜어준 까닭으로 보인다. 제품의 정가는 2700원으로 편의점 간편식 중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에는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더 신선한 식품,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수요가 있었다”며 “최근 들어서는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상품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입이 불안정한 20대와 30대는 물론, 자녀를 키우느라 생활비 부담이 큰 중년 이상 소비자들까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렴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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