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구원투수로 첫 여성 CEO 발탁···계열사 물갈이 예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카카오가 새 구원투수로 내정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48)를 앞세워 인적 쇄신에 나선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경영진 교체 의지를 밝힌 지 이틀만으로, 창사 이래 첫 여성 단독 대표다.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 주요 계열사 대표들에 대한 물갈이를 통한 조직쇄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공동체 CA협의체에서 사업 총괄을 담당하는 정 대표를 신임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 열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돼 카카오의 첫 여성 대표가 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작년 3월부터 최수연 대표(43)가 이끌어 국내 양대 플랫폼 모두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경쟁하는 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카카오는 내정 이유에 대해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 내정자를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연세대와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 로스 경영대학원 MBA(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인공지능(AI)·로봇 등 선행 기술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하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썼다.
올해 3월 카카오 기타 비상무이사로 합류해 카카오의 사업·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 지난 9월부터는 역할을 확대해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현재는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쇄신 방향 논의에도 참여 중이다.
정 내정자는 “사회적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해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 집중하겠다”며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는 “정 내정자가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함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CEO 내정자 신분으로 카카오 내 쇄신TF장을 맡아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과제를 챙기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그간 경영진 리스크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 카톡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94억3200만원의 차익을 챙겨 입길에 올랐다. 앞서 카카오 대표이사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는 ‘주식 먹튀’ 논란으로 물러난 후 다시 카카오페이에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5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카카오 단독 대표를 맡았던 임지훈 전 대표는 598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와 소송을 벌이다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수년간 영업손실을 내던 드라마 제작사를 고가에 인수한 의혹으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각각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 김 창업자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로, 이른바 ‘브라더(형님) 리더십’이 경영 실패를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간 ‘자율경영’ 같은 창업 초기 방식이 그룹 규모에 맞지 않아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창업자조차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ESG 경영을 위해 깜짝 선임된 후 10월 카톡 먹통 사태로 단독 대표에 오른 홍은택 대표는 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채 내년 3월 퇴진을 앞뒀다. 홍 대표 또한 김 창업자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카카오 본사 대표 교체를 계기로 주요 계열사 임원진들의 물갈이 폭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창업자는 지난 11일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경영진 교체에 대해 “이달 중 답변하도록 하겠다”며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겠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대표가 사퇴 후 고문으로 계약한 것처럼 또다시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거나 사퇴한 임원들에 대한 특혜가 발견되면 카카오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번 인사가 쇄신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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