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초과수당 예산 '부족'...해경은 경비함 축소까지

우종훈 2023. 12. 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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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한 만큼 수당을 못 받는다.'

초과수당 예산 부족 사태를 둔 YTN 연속보도와 일선 경찰관들의 계속된 반발에 결국 경찰청장이 직원들에게 사과했는데요,

육지 경찰뿐만 아니라 해양경찰들 사이에서도 예산이 없어 초과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우종훈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해경의 초과수당 예산은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가요?

[기자]

초과수당과 기본 보수를 포함해 올해 부족한 해경의 인건비는 280억 원 정도입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는 540억이 부족할 걸로 예상됐지만 함정 기름값을 아끼고 직원 초과근무시간을 줄여 부족한 돈은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초과수당이 부족해 특단의 대책을 세운 올해 실제 직원들의 초과근무 시간은 재작년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해경 각 부서별로 초과근무시간을 정리해본 자료입니다.

대형함정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평균 142시간을 더 일했는데 올해는 56시간이 줄었고요,

보시면 중형함정이나 소형함정 구조대나 형사계 등 다른 부서들도 적게는 10시간에서 많게는 50시간 가까이 줄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예산에 맞춰서 일하다 보니까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요?

[기자]

네, 해경은 초과수당 예산이 수백억이나 모자랄 것이 예상되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특단의 조치를 시행했는데요,

이 부분도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해경의 종합대책 내용을 보며 설명드리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대형함정과 중형함정의 경비 구역을 통합시킨 겁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함정 두 대가 근무하던 구역을 한 대만 운행해 경비하도록 한 셈입니다.

또, 항공대의 교육훈련도 원래 한 달에 40시간 하던 걸 절반으로 줄였고요,

교대 근무자들이 다음 근무자들에게 업무 인계인수를 하던 30분도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습니다.

현장에서 이런 대책들을 따르고 있는 중형함정 한 근무자는 경비할 영역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해경의 인건비 예산은 왜 부족한 겁니까?

[기자]

네, 경찰, 그러니까 육지 경찰의 올해 초과수당 부족의 이유는 이전보다 현장 투입은 늘었지만 그에 맞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요.

해경의 초과수당 부족 역시 예산 예측 실패에 있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자료는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해경이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내용입니다.

먼저 해경은 직원이 얼마나 충원될지, 그러니까 직원들이 늘어난 만큼 인건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산 부족이 발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서 부족한 돈이 270억이었고요,

또, 초과수당 예산을 줄여가는 정부 정책 기조 때문에 초과수당 예산도 지난 2018년보다 340억 가까이 줄어들어 부족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부족한 돈 역시 해경은 270억에 이른다고 집계했습니다.

해양경찰청장은 국감에서 이 같은 인건비 부족 문제가 지적되자 직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욱 / 해양경찰청장 (지난 10월) : 내년부터는 직원들이 불요불급 한 그런 게 없고 정당한 일을 하고 초과근무수당이나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앵커]

중요한 건 치안에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내년에는 이런 상황이 해소되는 겁니까?

[기자]

우선 예산을 신청하는 해경 관계자는 내년에는 초과수당을 올해보다 2백억 더 신청했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올해 전체 초과수당 예산은 천 5백 10억 정도인데 내년엔 천 7백억 정도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올해 궁여지책으로 시행한 경비구역 통합이나 훈련시간 감축 정책들도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다만, 지난 10월 기준으로 전망된 초과수당 부족분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270억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증액된 2백억도 충분하진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내년 해경이 부서별로 '표준 초과시간'을 정하겠다는 것을 두고도 내부에서는 반발이 있다면서요?

[기자]

네, 아무래도 예산을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할 것이 전망되는 상황이라 해경은 올해 말까지 내년도 부서별 초과근무 시간 표준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즉, 대형함정이면 대형함정, 중형함정이면 중형함정 부서별로 초과근무시간 표준을 정한다는 건데요,

이를 두고 일선에서는 해경이 초유의 초과근무 상한제를 계획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말이 표준시간이지 사실상 그만큼만 일하고 나머지는 수당을 주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해경 내부망에는 파출소 근무자의 경우 교대근무만 서도 한 달에 초과근무가 70에서 100시간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절반만 인정한다는 건지 묻는 의견도 있고요,

결국은 초과근무를 더 해도 이를 수당으로 주지 않는다는 말 아니냐는 반발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가 불필요한 근무를 줄여보자는 것이지 상한제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반발과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이외에도 일선 해양 경찰관들의 중요한 반발들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일선에서 반발하는 해양경찰관들의 공통된 특징은 사기 저하를 호소한다는 점입니다.

마찬가지로 해경 내부망에는 소형함정 근무자들의 경우 언젠간 좋아질 것이라며 경찰 업무가 아닌 데도 밥 짓고 설거지하는 일들을 해왔는데 돌아온 건 또 한 번의 배신이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또, 조직 규모가 커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육지 경찰과 다르게 해경은 하위직 경찰관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정책을 또다시 마련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실제 제가 통화해본 해경 가운데는 의무경찰제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지원이 열악한 소형함정에서는 낮은 계급의 경찰관들이 본업이 아닌 밥 짓는 업무도 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앵커]

YTN의 연속 보도 이후 경찰청은 청장이 직접 사과를 했죠?

[기자]

네, 연말까지 초과근무를 제한한다는 지침을 놓고 현장 경찰관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직접 사과했습니다.

청장으로서 이유를 불문하고 현재 벌어진 예산 부족 사태에 대해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는데요,

윤 청장은 또 필요한 근무를 하고도 직원들이 억울하게 수당을 못 받는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남은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경찰청장의 사과 이외에도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에 초과근무 감축 계획을 직원들이 잘 따라주어서 이번 달에는 이전처럼 수당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해경 예산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후속 보도도 준비 중이라면서요?

[기자]

네, 육지 경찰과 해양 경찰의 초과수당 부족 문제는 결국 일선의 치안 공백으로 이어져 시민들이 위협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생각으로 집중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초과수당 외에도 현장 해경들의 사기 저하를 유발하는 또 다른 문제도 취재하고 있습니다.

또, 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일선 경찰관들이 높은 계급의 경찰관들과 비교해 차별받지 않도록 이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전하려고 하는데요,

경찰 공무원을 포함해서 나랏일을 하고 있지만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도 취재를 이어나갈 예정이니 관련한 제보도 부탁하고 싶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우종훈 기자였습니다.

YTN 우종훈 (hun9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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