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원자재 ETF 울고 인버스 웃었다

신하연 2023. 12. 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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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천연가스·금 등 원자재 가격 일제히 하락세
사진 픽사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기조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비롯해 농산물, 천연가스 가격도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는 인버스 상품만 웃음을 짓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ETF 수익률 상위 1, 2위 종목은 모두 원유 가격 하락을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이 석권했다.

이 기간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와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는 각각 13.68%, 13.3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0.97%)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는 '한투 블룸버그 인버스 2X 천연가스선물' ETN이 보름 새 53.04% 상승했다. 이 외에도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51.8%), '대신 S&P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50.41%), '하나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49.64%) 등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ETN 상품 대부분이 천연가스나 원유, 은, 금 등의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원자재 인버스 상품이었다.

반대로 원유 선물 가격을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대표적인 ETF인 'KODEX WTI원유선물(H)', 'TIGER 원유선물Enhanced(H)' 등은 12% 넘게 급락 중이다.

시장에서 고금리 장기화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원유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8.61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71달러(3.8%) 하락했다. 지난 6월 27일(67.70달러)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유를 제외한 주요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소식도 수요 둔화 우려에 불을 지폈다.

같은날 금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내년 2월물 금 선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 가격도 전거래일 대비 0.5달러(0.02%) 하락한 온스당 1993.20달러에 거래되면서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통상 금 가격은 달러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금 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7.32%), 'TIGER 금은선물(H)'(-3.96%), 'KODEX 골드선물(H)'(-3.51%), 'TIGER 골드선물(H)'(-3.46%) 등은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농수산식품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서 집계한 밀, 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 역시 밀을 제외하고 하락세다. 소맥(SRW)의 경우 이 기간 평균 가격이 톤(t)당 211.22달러로, 전월 대비 5.59% 상승했다. 대두와 옥수수는 각각 1.17%, 0.62%씩 떨어졌다.

이에 따라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은 이달 들어 1.73% 하락했다. 순자산총액은 지난 9월 초 490억원대에서 12일 기준 177억원대로 감소했다. 'KODEX 3대농산물선물(H)'과 'KODEX 콩선물(H)'도 각각 0.89%, 0.65% 내렸다.

한편 원유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2월 단기 에너지 전망(STEO)에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브렌트유 기준 유가 12월 배럴당 평균 78달러를 기록 후 2024년 상반기에는 OPEC+ 감산을 주시하면서 평균 84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4년 유가 전망치는 평균 83달러로 지난달 전망(93달러) 대비 하향 조정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2024년 상반기 유가의 상승반전은 OPEC+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이행 실적이 그 강도를 좌우할 전망"이라면서 "내년에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0~100달러 구간에서의 등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일시적으로 하회한 WTI 가격은 언더슈팅(과도하게 내려감)으로 판단되나 석유 시장이 만족할 만한 감산 실적이 확인되기 전까지 70달러를 넘나드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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