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청년 54만명…75% "자살 생각했다"
범정부 지원방안 첫 발표…전담조직 설치, 전담관리사 투입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고립·은둔 청년이 54만명에 이르고, 이들 10명 중 8명이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해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립’은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태, ‘은둔’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은 채 거주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상태를 뜻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수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19∼39세의 대면 접촉을 꺼리는 청년 5만6000여명이 온라인 링크를 통해 직접 접속했고, 실제 조사에 참여한 3만3000여명 가운데 2만1360명이 최종 응답을 마쳤다.
최종 응답자 가운데 60%에 가까운 1만2천105명이 위험군으로 식별됐고, 2차 조사 등을 통해 1903명이 도움을 공식 요청했다.
응답자 가운데 여성(72.3%)이 남성(27.7%)의 약 2.6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의 책임연구자인 김성아 보사연 박사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비율이 여성에서 더 높을 수 있다”며 “또 직접 링크를 통해 접속해서 응답하려는 최소한의 활력이 여성에서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37.0%), 30∼34세(32.4%)에서 고립·은둔청년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대학교 졸업자(75.4%)가 가장 많았고, 이후 고등학교 졸업(18.2%), 대학원 이상(5.6%), 중학교 졸업 이하(0.8%) 순이었다.
특히 75.4%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해 전체 청년의 평균 자살 생각 비율(2.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살을 생각한 이들 가운데 26.7%는 실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스스로 숨어버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살 생각과 시도 비율이 점차 늘어, 정부나 지원단체의 신속한 도움이 필요해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우선 비대면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 창구’를 내년 하반기 마련해 고립·은둔 청년을 상시 발굴한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이들 청년의 주로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만큼 비대면으로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 소관 공공사이트에는 자가진단시스템을 마련해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한다.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에 청년 항목을 신설해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도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
대학생 자원봉사단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기 청년을 발굴한다.
보육원 등 보호시설의 보호 종료 5년 이내인 자립준비청년은 고위험군으로 여겨진다. 이들을 돕기 위해 ‘탈고립·은둔 전담인력’이 관련 기관에 배치된다.
이렇게 발굴된 고립·은둔 청년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청년미래센터’(가칭)가 운영된다.
전담 사례관리사가 도움을 요청한 청년들을 만나 심리상담, 대인접촉 확대 등 일상회복, 가족·대인관계 회복, 일 경험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내년에 4개 광역시도를 선정해 2년간 청년미래센터룰 시범 운영한 후 전국으로 확대한다. 내년도 예산은 13억원으로, 32명의 전담 인력이 배치된다.
특화형 매입임대제도를 통해 이들의 공동생활·커뮤니티 공간 마련도 돕는다.
고립·은둔청년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청소년과 청년이 학교나 직장 등에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도 마련한다.
학교 폭력이나 부적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는 올해 96곳에서 내년 248곳으로 늘린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도 내년부터 고립·은둔 전담인력을 36명 배치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지원방안은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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