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근로시간면제 시정지시, 노조에 악의적 이미지 씌우려는 것”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면제 대상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시정지시를 남발하면서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는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노조 활동을 유급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지난 5월부터 근로시간면제 실태조사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박준성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1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근로시간 면제제도 근로감독 문제점과 개선과제’ 기자간담회에서 “노동부의 시정지시 남발은 사업장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의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이미 형성된 노사관계를 흔들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법은 ‘근로시간면제자가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의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노조법상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시정지시 사례를 보면 노동부는 근로시간면제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 참여한 시간(208시간), 집회참석·피케팅을 한 시간(24시간)은 면제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노무사는 “노조법은 근로시간 면제 대상 활동을 예시하면서 ‘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는 다양한 활동이 면제 대상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집회나 집단적 민사소송도 면제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무급 노조 전임자가 일부 급여나 수당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를 시간으로 역산해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넘겼다고 판단한 시정지시도 있었다. 박 노무사는 “무급휴직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금지되는 행위가 아니듯 전임 기간에도 일정한 급여를 받는 것이 ‘전부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노조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시정지시라는 수단을 노동부가 사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시정명령과 달리 시정지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행정지도이기 때문에 노조가 법적으로 다툴 수 없다”며 “노동부 시정지시서엔 어떤 근거로 근로시간면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는지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 또 시정지시 대상은 형식적으론 사용자이기 때문에 노조로선 의견제출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보는 현행 노조법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ILO 전문가위원회는 2021년 ‘사회적 파트너가 노동자 대표에게 보장될 편의를 단체교섭을 통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행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유급으로 허용하는 노조 활동 범위를 사용자·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노조 전임자들이 돈만 받고 사무실에서 놀고 먹는다는 이미지를 계속 덧씌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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