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큐] "그냥 참는다"...공무원 감정노동 '위험' 경고등

■ 진행 : 이광연 앵커, 나경철 앵커

■ 출연 : 최혜인 직장갑질 119 노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방금 이승배 기자가 전해준 내용을 토대로 감정 노동 실태와 해법, 직장 갑질 전문 최혜인 노무사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그냥 참는다. 저는 여기에 모든 문제가 다 들어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노무사님과 함께. 인사혁신처가 이렇게 공무원의 감정노동 실태를 조사한 게 처음이라고 하던데 그전에 없었다는 얘기잖아요.

[최혜인]

맞습니다.

[앵커]

공무원에 대한 조사가 없었던 건 왜 그럴까요?

[최혜인]

아무래도 공무원이다 보니까 당연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라는 그런 인식들이 만연했던 것 같고요. 특히나 최근에는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들이 정신질환에 걸리거나 혹은 자살을 하는 사례도 생겼었죠.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이제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싶은 인식에서 실태조사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앵커]

조사 결과를 보니까 결과가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노무사님도 이 정도 예상한 결과이신가요, 어떤가요?

[최혜인]

아무래도 공무원분들이, 대민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거나 혹은 무리한 요구에 시달려도 조직의 보호를 잘 받지 못한다라는 것 정도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수치화된 결과로 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충격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앵커]

수치화된 결과를 한번 보겠습니다. 공무원 감정노동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먼저 준비해왔는데 역시나 민원 응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거든요. 실제로 혹시 직장갑질119를 통해서 이런 것에 대한 상담전화를 받거나 그런 경우도 있나요?

[최혜인]

저희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그런 상담을 많이 받는데요. 최근에 제가 받았던 상담 중 하나는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였는데 고객이 서류가 다 구비되지 않은 상태로 서비스를 요구를 해서 서류를 구비할 것을 고객에게 안내를 했지만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계셨고,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직장 상사가 그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준다거나 했던 게 아니라 고객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서 그냥 대충 이런 업무 처리를 해 주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식으로 좀 불법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것까지 이어져서 제가 겪었던 사례는 감정노동과 그리고 직장 상사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까지 혼합된 그런 사례였습니다.

[앵커]

그 얘기는 조금 뒤에 해 주시고, 지금 일단 공무원에 관한 내용을 저희가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 공무원 같은 경우 장시간 응대, 또 무리한 요구를 포함해서 업무 방해, 이렇게 나오고 있거든요. 공무원과 관련해서 특정해서 받은 상담이나 이런 사례는 없을까요?

[최혜인]

공무원분들이 일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보호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것도 하나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앵커]

그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고요. 이렇게 업무 중에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 이 부분도 사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 저희가 아까 처음에도 봤지만 개인적으로 참는다, 그냥 참는다, 개인적으로 삭이는 경우가 절반에 달하고, 심지어는 질병으로 나타나더라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더라고요.

[최혜인]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참는다라는 것이 조직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까 민원 응대를 얼마나 잘하느냐를 인사고가의 지표로 삼는 조직 모니터링 지수도 굉장히 높게 나타났어요.

이런 식으로 민원 응대 방식을 인사평가의 지표로 삼을 경우에는 조직의 보호를 기대하기보다 최대한 문제를 키우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개인적으로 그냥 참거나 어떤 질병이 나타나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앵커]

아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원의 특성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래도 공무원이면 다른 직종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나 이런 장치들이 더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없다고 들리거든요.

[최혜인]

일단 민원처리법이라는 게 있어요. 거기에 보면 작년에 새로 신설된 내용인데 민원인에게 폭언이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았을 때 민원 응대하는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마련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에 대한 강제력 있는 조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여전히 한계가 존재합니다.

[앵커]

지금도 보고 계시지만 공무원 감정노동에 대한 질병 대응, 아무 조치하지 않음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업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이게 질병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업무의 효율성이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을 텐데 조금 실효성 있는 보호 장치 혹은 지원 방안, 어떤 게 있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최혜인]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온 것처럼 조직의 적극적인 보호가 가장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민원인과의 문제 상황에 닥쳤을 때 더 이상 그런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분리하는 조치를 한다든가 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아까 보니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책, 제도에 지금 보면 기관 차원의 적극적인 보호, 법적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들 이어가보겠습니다. 직장갑질119에 소속된 노무사이신데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공무원은 물론이고 이른바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이들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이거든요. 감정노동자, 40년 전에 이 개념이 등장을 했던데, 어떤 직군들이 포함됩니까?

[최혜인]

예를 들어서 대표적으로는 콜센터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그리고 사회복지사나 어린이집 교사, 아파트 경비원, 항공사 승무원처럼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그런 업무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감정노동자에 포함이 됩니다.

[앵커]

대체로 저희가 이런 관련 보도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예상은 가는데, 대체로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가요?

[최혜인]

업무를 할 때 항상 웃는 얼굴로 일을 해야 되고 과하게 친절해야 하고 그리고 대기시간에도 대기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계속해서 통제해야 하는 그런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여집니다.

[앵커]

그래서 이런 정신적인 피해가 극심한 근로자들을 위해서 이른바 감정노동보호자법이 등장을 했고, 시행한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이런 언론 보도가 잇따랐거든요. 실태는 어떻게 전문가로서 파악하고 계십니까?

[최혜인]

아무래도 강제력 있는 조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실효성이 부족한 편이고요. 특히나 예방 조치에 대해서도 명시를 하고 있지만 예방조치로서 매뉴얼을 제작을 해야 할 때 그 매뉴얼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고 그리고 누가 만들어야 하는지, 이런 구체적인 지침이 같이 이어져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현장에서는 어떤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감정노동이 발생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매뉴얼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상황에 있습니다.

[앵커]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있어도 권고 수준에 그치는 그런 상황이라서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요.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 했습니다. 그러니까 중대산업재해를 경험한 감정노동자를 위한 직업트라우마센터, 현재 14곳인데 내년에 23곳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실효성의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거다, 이렇게 예상을 하시나요? 어떤가요?

[최혜인]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라우마센터는 직장에서의 사건사고를 겪었을 때 심리적인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일 텐데요. 아무래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나 혹은 비용 부담 문제, 그리고 이 정도는 다 하고 일을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질병에 대해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더 접근하기 쉬워진다는 그런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마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트라우마센터는 사후적인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예방적인 조치에도 좀 더 힘을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렇군요. 예방적인 조치. 그런데 이런 감정노동. 이런 건 꼭 비단 고객 응대나 민원 처리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직장 안에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최혜인]

맞습니다. 직장 안에서도 직장상사나 동료들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많이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직장상사가 보호해 주지 않고 오히려 무리한 요구를 한다든가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는 것처럼 감정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이 혼합된 형태도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많이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직장 내 괴롭힘 정도가 아니라 직장 내부에서 심지어는 폭행까지 당하고 문제삼지 못 하거나 또 문제를 제기했다라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 이런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은 현실적인 대책이 없을까요?

[최혜인]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입증하는 문제입니다. 예고를 하고 괴롭힘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입증 자료를 그때그때 만들지 못해서 괴롭힘이 발생해도 신고를 하기 어렵거나 신고를 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금 폭행처럼 심각한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것을 피해자한테 모든 것을 다 입증하라고 하기보다는 노동부에서 적극적인 근로 감독을 나서고 그리고 주변인들이 익명의 안전한 공간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그런 적극적인 자세로 조사를 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오늘 노무사님을 모시고 감정노동의 사각지대, 공무원 실태를 놓고 감정노동 문제를 짚어봤는데, 결국 들어보면 감정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이게 질병으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거든요. 아까 예방적 조치를 강조하셨는데 끝으로 인식 변화도 절실해 보이는데, 그런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최혜인]

맞습니다.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정노동이 많이 발생하는 곳들을 보면 아무래도 비정규직이나 서비스직처럼 조금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감정노동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가장 근본적으로는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고 고용안정과 같이 노동환경을 개선했을 때 사회적 지위도 향상되고 그랬을 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실 때로는 감정노동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마는 우리 모두 또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에 내가 직장 내에서 피해를 당했다면 어떻게 현실적으로 좀 대응하면 좋을지 끝으로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최혜인]

그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내용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사업주에게 예방조치와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 법을 근거로 해서 사업주에게 감정노동 휴가라든지 감정노동 수당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요구할 수 있고,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노동부에 신고를 해서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최혜인 노무사와 함께 감정노동 문제에 대해서 짚어봤습니다. 노무사님, 고맙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