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54만명... 경제 손실 연 7조원

조백건 기자 2023. 12. 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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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양진경

‘고민 말해봐야 나만 쓰레기. 그냥 혼자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난 무능하고 필요 없다. 불효하는 것 같아 죽지도 못하겠다.’

보건복지부가 13일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선 고립 청년들의 심경이 담긴 여러 답변이 공개됐다. 복지부는 지난 7~8월 전국 19~39세 고립·은둔 경험 남녀 2만13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벌였다.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이날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7조원 정도”라고 발표했다. 구직 활동 포기로 인한 손실이 연간 6조7000억원, 고립 생활로 인한 건강 악화·빈곤에 투입되는 복지 비용이 한 해 2000억원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시작 시기는 20대(60.5%)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10대(23.8%), 30대(15.7%) 순이었다. 고립·은둔 이유에 대한 질문엔 ‘취업 실패’(24.1%), ‘대인 관계 어려움’(23.5%), ‘가족 관계 문제’(12.4%) 순으로 답했다. 고립·은둔 기간은 1~3년 미만(26.3%)이 가장 많았고 3~5년 미만(16%), 3개월 미만(15.4%)이 뒤를 이었다.

고립·은둔 청년을 성별로 보면 여성(72.3%)이 남성(27.7%)의 약 2.6배였다. 연령대로는 25~29세(37%), 30~34세(32.4%)가 많았다. 이들의 학력은 대학교 졸업(75.4%)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약 90%가 미혼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립·은둔 기간이 길수록 재고립·은둔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립·은둔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이 다시 고립·은둔을 경험한 비율은 39.8%였는데, 고립 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의 재고립 경험 비율은 77.7%에 달했다.

고립·은둔 청년의 ‘삶 만족도’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3.7점이었다. 전체 청년 점수(6.7점)의 절반 수준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인 관계와 경제적 상황, 건강 상태 등 거의 모든 생활 기반이 취약한 상태였다”고 했다.

이들은 평소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동영상 시청’(23.2%), ‘온라인 활동’(15.6%)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이 중 대부분(75.7%)은 자신을 ‘경제적 하층민’이라고 답했고, 과반이 ‘신체 건강이 안 좋다’(56.1%), ‘정신 건강이 안 좋다’(63.7%)고 했다. 절반(52.3%)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심리적 어려움을 유발하는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미래와 희망 없음’(66.3%), ‘타인의 시선’(62%), ‘대인 접촉 두려움’(47.8%)을 꼽았다. 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의 75.4%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이 중 26.7%가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체 청년 평균 자살 생각 비율(2.3%)에 비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고립·은둔 청년 중 80.8%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 답했다. 67.2%는 ‘고립·은둔 탈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45.6%가 일상 복귀를 시도했다가 다시 고립·은둔을 경험했다. 주된 이유는 ‘돈·시간이 부족해서’(27.2%), ‘지쳐서’(25%) 등이었다. 복지부는 13억원 예산을 들여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 미래 센터’를 4개 시도에 설립하겠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원스톱 도움 창구’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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