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54만명···10명 중 7명은 함께 살며 ‘외톨이’
응답자 중 1만2105명 ‘객관적 위험’
‘방 안에서 안 나온다’ 초고위험군 504명
일상생활 어려움, 신체·정신건강 ‘취약’
4명 중 3명이 ‘자살 생각’ 경험
사회관계 양이 적고 외출을 잘 하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 2명 중 1명은 신체·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거로 나타났다. 또 4명 중 3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 차원에서 고립·은둔 청년 실태를 파악한 첫 보고서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실태조사 결과 및 고립·은둔청년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와 통계청 ‘사회조사’를 토대로 고립·은둔 청년이 최대 약 5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복지부 주관(보사연 수행)으로 올해 7~8월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원은 전국 19~39세 가운데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총 2만1360명이 온라인 자기기입 방식으로 조사에 참여했고 이 중 1만2105명이 ‘객관적 위험’ 상태로 분류됐다. ‘방에서도 안 나온다’(초고위험군)는 응답자도 504명이었다. 연구원은 1만2105명 중 8874명을 심층조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사회에서 고립·은둔 청년은 누구인가’란 질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보고서다. 주요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 거주지는 전국 고루 분포했으며 성별로는 여성 비율(72.3%)이 남성(27.7%)의 약 2.6배였다. 김성아 보사연 책임연구원은 “다른 청년 실태조사에 비춰볼 때 여성이 남성보다 유독 많다기보다 여성이 고립·은둔 상태임을 자각할 비율, 설문에 참여할 정도의 최소한의 활력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25~29세(37.0%)와 30~34세(32.4%)가 많았다. 혼자 생활하는 비율은 30.1%, 가족·지인 등과 함께 생활하는 비율은 69.9%였다. 고립·은둔 청년은 2인 이상 다인가구에서도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10명 중 6명은 고립·은둔을 20대(60.5%)에 시작했다. 10대, 30대에 시작했다는 응답은 각각 23.8%, 15.7%였다. 고립·은둔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등의 순이었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남까지 힘들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계속 회피했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너무 많이 지쳐있다. 다시 일어나고 싶고, 그럴 필요와 의무도 너무 크게 느끼지만, 힘이 없고 힘도 안 난다. 내가 가해자라고 한다. 내가 가해자다.” (청년 당사자 A)
-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립·은둔 기간은 1년~3년 미만(26.3%)이 가장 많았고 3개월 미만(15.4%) 단기, 10년 이상(6.1%) 장기 고립·은둔 경험도 적지 않았다. 절반 가까이(45.6%)는 일상생활 복귀 시도 후 다시 고립·은둔한 경험이 있었다.
“...실패하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 이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말해도 어차피 내가 쓰레기가 된다. 그냥 혼자 감추고 있다가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나도 조만간 그럴듯하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 없으니 이거라도 적는다” (청년 당사자 B)
-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3.7점으로 전체 청년 평균(6.7점,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10명 중 7명(72.4%)은 불규칙한 식사를 했고 8명(80.3%)은 매 끼니 혼자서 밥을 먹었다. 2명 중 1명(52.3%)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 ‘일주일 이상’ 기준으로 10명 중 1명은 옷을 갈아입지 않거나, 목욕·샤워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리정돈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62.4%에 달했다.
건강 상태도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신체건강,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56.1%와 63.7%였다. 4명 중 3명(75.4%)이 자살을 생각했다. 전체 청년 평균 자살생각 비율은 2.3%다. 자살 생각을 한 적 있는 청년 중 26.7%가 자살 시도 경험도 있다고 응답했다.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 생각과 시도 경험도 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좋지 않은 형편에도 자식 사람 좀 만들겠다고 계속 데리고 가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못난 말 하며 이제 치료도 끊었다... 나는 그냥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인 것 같다. 내가 무능하니까. 그냥 필요가 없으니까. 죽고 싶어도 불효하는 것 같아 죽지도 못하겠다” (청년 당사자 C)
-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0명 중 8명(80.8%)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67.2%는 실제 고립·은둔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필요한 도움으로는 경제적 지원(88.7%), 취업 및 일경험 지원(82.2%)과 혼자 하는 활동 지원(81.7%), 일상생활 회복지원(80.7%) 등의 순이었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청년 당사자 D)
-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부는 내년 고립·은둔 청년 상시발굴 체계를 만들고 4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청년미래센터를 신설, 전담사례관리사를 투입해 이들의 일상회복 및 사회복귀를 돕는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2131622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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