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지하공간 연결 등 도시방호 개선, 北 억제 위해서도 필요"
단순히 '방어' 정도만을 생각하던 기존의 통념과 달리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 지역의 방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안이 나왔다.
그 방안으로는 지하 공간에 각종 인프라와 대피소를 설치하고 지도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보급하며, 주거·직장·호텔 등의 지하공간(주차장 등)을 지하철 역사와 연결해 지하공간만으로도 도시에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함께 제시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이상민 북한군사연구실장(육군대령)은 13일 KIDA에서 열린 북한군사포럼에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예로 들어 '하이브리드전(전통적인 군사적 영역과 비군사적 영역(사이버 공격, 인지전 등)을 배합한 전쟁)'과 '가성비 전쟁'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성비 전쟁이란 하마스의 급조품 '까삼 로켓'은 1발에 80만원 정도인 반면 이를 요격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아이언 돔' 미사일은 1발에 8천만원 정도로, '가격 대 성능비'에서 이스라엘이 한참 뒤진다는 설명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에 우크라이나군의 방공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민간 사상자의 90%가 폭격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민간 주도로 Air Raid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정부와 공조하에 민간에 배포했다고 설명, "2022년 3월에는 민간인 피해가 6940명이었지만 2023년 2월엔 589명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전에서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가 '메가시티'로, 2개 이상 도시가 생활·경제 등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천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를 이렇게 부른다. 메가시티 수는 갈수록 늘어 가는데 이들이 공격을 받을 경우 대량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기술의 발전으로 공격 수단은 더욱 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서울은 군사분계선(MDL)에서 50km 남짓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인구는 천만명 단위로, 미사일이나 장사정포 공격을 방어할 물리적 시간 자체가 모자라다.
국방대 이숙연 교수(해병중령)도 "이스라엘은 1951년 민방위법을 제정해 방공 등을 법제화, 특히 걸프전 이후 사무실 각 층마다, 민간 주거 시설에는 각 공간을 대피 시설로 만들고 내외벽의 재질, 두께, 창문 재료까지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4차례 이상 전면전을 치르고 하마스로부터 로켓 공격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과 한국의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은데,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유사 대피시설은 전국에 1만 8천곳 정도지만 대부분 주차장, 상가, 전철역 같은 곳이어서 폭탄에 대한 방호력은 거의 없고 핵 대피 시설 기능이 있는 곳은 1%도 안 된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 실장은 "하이브리드 전쟁은 선전포고와 종전선언이 없어 시간적 경계가 모호하고, 전선과 보급선이 없어 공간적 경계가 모호하며, 전범과 보복 명분이 없어 주체의 식별도 모호하다"며 "(상대가) 산업재해 또는 사고를 가장해 하이브리드 전쟁 수단을 활용할 수 있기에 초동조치 시간을 단축해 피해를 감소시키고 재난·사고·테러·전쟁에 동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억제(deterrence)를 구성하는, 적을 선제타격하거나 공격을 중간에 요격하는 '거부(denial)적 억제', 적이 우리를 공격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임을 주지시켜 그러지 못하게 하는 '보복(retaliation)적 억제'에 '방호·사후관리(resilience)'까지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방호력이 높다면 기습을 하더라도 우리에게 끼칠 수 있는 효과가 그만큼 낮아지므로, 선제공격의 장점이 그만큼 발휘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방호력이 높은 만큼 선제공격을 당하더라도 재래식 군사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어 기존의 억제 효과 또한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는 이에 대한 실현 방안으로 서울 등 메가시티의 지하공간을 생활과 방호의 이중목적으로 개선, 지하철 역사 안전성을 높여 대피소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주거·직장·호텔 등의 지하공간(주차장 등)과 연결, 지상과 별개의 인프라를 지하공간에 설치하며, 여기에 대한 디지털 맵과 스마트폰 앱을 보급하는 등 '핀란드형 방호개념과 지하시설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또 핵폭발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파괴하는 전자기 펄스(EMP) 차폐를 핵심시설에 갖추고 신속복구체계를 동시에 구비, 가정·직장·학교·호텔·관공서·지하공간 등에 핵무기·화생방·EMP 등에 대한 통합적인 방호를 제공하는 대피소를 갖추는 방안도 언급됐다.
이는 전쟁뿐만이 아니라 화재·사고·테러 등에 대한 방호를 모두 포괄하는데, 어차피 1분 1초가 급한 초기 '골든타임'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핵공격인지 테러인지 사고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응 조직의 책임 소재를 놓고 우왕좌왕할 경우 실패 가능성이 높다"며 "핵 위협이나 화생방 위협과 관련된 대응조직은 전평시, 테러, 사고 등을 불문하고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요한 예산·비용에 대한 대책으로는 "아파트 단지나 건물의 지하를 방공시설로 개조하거나, 신축건물에 그러한 시설을 추가하게 되면 용적률을 완화하거나 세금을 줄여 주거나 하는 방법이 있다"며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자발적으로 투자해 대피 공간을 만들 수 있게끔 하는 방향으로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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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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