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략 이재명, 산은 이전은 외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3일 부산을 찾아 표심잡기에 나섰다.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로 여권에 차가워진 민심을 민주당 지지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표는 지역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났다. 현안인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침묵했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부산의 각종 기반 시설 확보 사업도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실패했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부산 발전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자, 정책 집중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광역 교통망 확충 같은 현안 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이 염원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도 사실상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윤 정부 들어 부울경 메가시티는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안면을 싹 바꾸며 백지화됐고 정부는 완전히 모른 척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를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각자가 책임 질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기 시작하면 국민이 정부에 의존하게 된다는 게 정부·여당의 생각이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은 6개월마다 개정하기로 합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6개월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고, 그 사이 피해는 늘고 있다"며 "특별법 개정의 핵심은 '선구제 후구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위한 각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국민의힘은 부산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침묵했다며 이 대표를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에서 "이 대표가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다더니 산은 부산 이전을 끝끝내 외면했다"며 "이번 부산방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 표심을 챙기려는 얄팍한 술책으로 기획한 구색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입법 폭거를 일삼는 민주당은 오늘의 부산 방문으로 결국 한국산업은행법 개정마저 저지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엑스포 유치 무산으로 상심한 부산시민을 위로하러 왔다지만 정작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와 외면은 얼마나 모순적인 행보인가"라고 반문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 대표를 향해 "산은 부산 이전은 단순히 금융기관 하나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부울경 성장 축을 새로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정책금융 기반을 구축하는 문제"라며 "이를 가로막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다.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