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무더기 탈당'···리더십 위기 속 이재명은 '침묵'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대의원 제도 개편,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당내 마찰음이 점차 커지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관련 언급을 최대한 아끼는 모양새다.
13일 이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 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전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선거제 퇴행만은 막아달라"며 "22대 총선에 남아있는 출마 기회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읽혔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을 두고 논의 중인 가운데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줄곧 흘러나왔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공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을 약속했었던 것과 배치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에 관계 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에 정당 득표율을 연동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못 낸 소수 정당에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민주당은 14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 개편 방향을 논의할 것인 가운데 이 의원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것을 막고자 불출마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선거법 밀어붙이기 안된다"며 "이 결정은 이번 총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민주당의 가치, 신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내일 의총을 한다고 하는데 75명 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방지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의 결의를 무시하고 병립형 야합으로 쐐기를 박겠다고 한다"고 했다.
당내 갈등은 앞서 민주당의 대의원제 개편 당시에도 빚어졌다. 민주당은 최근 중앙위원회 표결을 통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권한을 현행 대비 축소하고 권리당원들의 권한은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민주당 중진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은 "(대의원제의) 장점을 무시한 채 특정 세력의 목소리 강화를 위한 대의원제 흔들기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이견이 첨예한 사안들이 잇달아 강행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민주당에서 무더기 탈당 사례도 나왔다. 수도권에서 활동했던 민주당원 및 경기 광주시민 약 2000명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민주당 출신 박해광 전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은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의 사당이 되어버린 민주당에는 희망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도 이 대표 리더십을 흔드는 요인이다. 이날(13일) 이 전 대표는 SBS 방송에 출연해 '신당을 창당할지'를 묻는 질문에 "예"라며 "대한민국이 큰일났다. 정치 때문에 더 큰일이 났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께 희망을 드리는 방향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18일 서울 용산에서 열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참석해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 등과 마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 대표는 "우리 당은 내년 총선에서 단합과 혁신을 통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 퇴행을 막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바라고 저희는 판단한다. 거기 맞춰서 최대한 통합과 단합의 기조 위에 혁신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이 대표와) 구체적으로 만날 계획은 없다"며 "(당일 예정된)방송출연이 있어 저녁 7시에 (따로) 시사회에 가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해 실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간 대면이 성사될지 불투명해졌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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