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ASML, 1조원 R&D센터 내년 착공...신형 EUV 장비 확보에 유리
(지디넷코리아=이나리 기자)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과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한국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한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신규 센터는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며 조만간 부지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ASML도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을 공동개발 하기로 약속했다.
반도체 업계는 초미세 공정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2025년 2나노 공정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ASML과 협력을 통해 EUV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ASML과 친환경 파트너십을 통해 EUV 생산에서 전력 비용을 절약하며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ASML, 내년에 EUV 기술 연구 팹 착공…차세대 장비 확보에 유리
삼성전자는 ASML과 약 1조원을 공동 투자해 국내에 EUV 기반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시설 팹을 구축하기로 협약했다. 연구시설은 내년에 착공될 예정이다. 두 회사가 각각 투자하는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센터 건립 후에 들어오는 장비는 향후 출시되는 차세대 EUV 장비가 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시설은 ASML이 외국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최초 설립하는 R&D 센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SML이 지난해 2025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화성에 오피스(본사 확장) 및 DUV·EUV 트레이닝센터, 재제조 센터를 건립하는 것과 별개로 새로운 투자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장비 업체다. 노광 장비는 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고용량, 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ASML이 공급하는 EUV 장비는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40~50여대에 불과하고, 주문부터 도착까지 1년~1년 반가량 소요된다. ASML이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이용필 산업부 첨단산업정책관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취재진을 만나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EUV R&D 센터가 국내에 설립돼 기술들을 빨리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의 의미가 있다”라며 “반도체 회사마다 별도의 공정 레시피를 갖고 있기 때문에 EUV 장비를 확보했다고 바로 투입해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적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EUV 장비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 못지 않게 자사 공정으로 녹여내서 제대로 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삼성전자와 ASML의 EUV R&D센터는 공정 최적화 기술을 연구하는 곳으로, 기존 유지보수센터와는 다른 개념이다”고 덧붙였다.
즉, 삼성전자가 ASML과 유일하게 EUV 기술 R&D센터를 운영함에 따라 공정 최적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삼성전자는 TSMC, 인텔과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삼성전자가 ASML에 R&D 센터에 투자해 EUV 기술을 공동 개발하자는 것은 ASML 측에서 괜찮은 제안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자사 장비의 쓰임새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단장은 “지금까지 TSMC가 삼성전자보다 EUV 장비를 더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첨단 반도체 시장은 EUV 장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ASML이 배짱 장사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R&D 센터 구축 협약을 통해 앞으로 삼성전자가 ASML과 더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ASML,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전력사용량 20% 감축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EUV 장비 내부의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함으로써, EUV 한 대당 전력사용량 20%를 감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필 정책관은 “EUV 장비 한 대에 1년 전력 사용량이 15억5천만 원 정도다. 50대를 사용한다면 1년에 약 250억원 정도 전력을 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ASML은 서로 도움이 되는 협약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SML과 협력한 데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정책관은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투자 환경, 규제 개선 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양구간의 반도체 협력관계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그 밖에 이번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방안’에서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해 글로벌 첨단 반도체 고급 인재를 내년부터 양성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향후 5년간 500명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대화’ 신설을 통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과 우리 기업(제조·부품 등) 간 협력 강화, 상호 호혜적 투자 활성화, 공급망 위기 공동 대응 등을 협력할 방침이다.
이나리 기자(narilee@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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