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80%, 감정 노동 위험군"...첫 실태 조사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만1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감정 부조화 등 4가지 항목 평가…대부분 '위험'
업무 과정에서 입는 정서적 충격 점수가 높아
[앵커]
정부가 공무원들의 감정 노동 실태에 대해 처음 조사를 벌였는데 결과가 '위험'하다고 나왔습니다.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와 폭언, 협박 때문에 정서적으로 힘들다는 답이 많았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이승배 기자!
[기자]
네, 정치부입니다.
[앵커]
특정 업종에 대한 감정 노동 실태 조사는 종종 본 것 같은데, 공무원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는 낯선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종 업종 하면 많이들 기억하시는 게 콜센터 상담사나 경찰, 교정직 등에 대한 실태조사일 겁니다.
업무 자체가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인사처는 이번에 처음으로 국가직 공무원들의 직무 스트레스를 측정했습니다.
내부 전산망을 통해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만백 명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조사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활용했는데요.
조사 결과, 공무원의 감정 노동 수준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정 규제'와 '감정 부조화', '조직 모니터링', '보호 체계' 등 4가지 항목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는데요.
우선 업무 과정에서 입는 정서적 충격 정도를 말하는 '감정 부조화' 점수가 높았습니다.
정상은 3에서 7 정도인데, 여성은 10.1점, 남성은 9.4점이 나왔습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감정 노동의 노출 강도와 직무 스트레스가 높다는 것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응답자의 80%가량이 위험군이라는 겁니다.
민원인과 갈등을 겪어도 본인 선에서 대처할 재량권이 없어 상처받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등 감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호체계'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남녀 모두 정상을 웃도는 10점 이상으로 집계됐는데, 응답자의 약 70%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장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공무원들이 뽑은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은 뭐였나요?
[기자]
예상대로 민원인 응대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리한 요구를 해도 끝까지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했습니다.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꼴로, 정확히는 31.7%가 감정노동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다음은 폭언과 협박으로, 29.3%였습니다.
세 번째로 꼽은 것이 '보복성 신고'입니다.
개별 기관에서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대통령실이나 국회, 권익위 같은 다른 기관에 계속 신고 민원을 넣어 괴롭힌다는 겁니다.
이런 감정 노동은 곧바로 직무 스트레스로 연결되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대답이 33.5%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업무 몰입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등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감정 노동에 시달려도 무려 절반 가까이가 외부 지원을 받아 해결하기보다는 그냥 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정 노동 스트레스로 신체나 심리적 질병이 생겼어도 61%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나마 했던 조치는 병가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응답 공무원들은 꼭 필요한 정책으로 기관의 적극적인 보호를 1순위로 꼽았습니다.
민원 수당이나 성과 평가 같은 당근책도 좋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 법적 조치 등으로 기관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달라는 겁니다.
인사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리적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와 검진비 지원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정치부에서 YTN 이승배입니다.
YTN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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