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2024년, 위기 극복의 해가 돼야 한다
재미없다. 느리다. 일명 '노잼도시', 대전이 타지역 사람들로부터 우스갯소리로 받고 있는 평가다. 그러나 대전은 정말 멋진 도시로 자부심 가득한 도시다. 느리고 재미없다는 평가는 사실, 대전이 지금까지 큰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지 않았던 도시라는 명예와 자부심이었다.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서울이나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 도시를 정면으로 덮쳤다. 많은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줄도산이 나고 구조조정됐다. 대전은 조금 달랐다. 전국적 경기침체에 약간의 부침은 겪었지만 훨씬 안정적으로 도시가 운영되고 성장했다.
대전은 자동차나 선박을 만들지 않았고,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았다. 대전은 과학기술을 만들었고 생산했다. 그렇게 대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산했다.
대전은 여러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해 왔고 끊임없이 미래를 만들어 온 도시였다. 그래서 외부에서 보기에 큰 재미가 없어 보였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전은 정말 꾸준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이끌어 왔다.
위기의 규모가 손 쓸 수 없이 너무 커지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 특히 대규모의 위기를 초래하는 자연재해는 그야말로 천재(天災)이고 불가항력이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자연재해보다 더 큰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망신살을 뻗친 잼버리 대회 운영과 최근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까지.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우리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위기다. 이 과정을 초래하게 된 어떠한 근거와 논리적 이유는 부재했다. 그저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낸 위기였다.
2023년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도 마무리됐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린 것이 없다. 여야는 여전히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 정확히 매듭을 짓고 새롭게 나아가야 하지만 선거법 개정부터 예산안 심사 등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우리 정치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민생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에 막히기 일쑤다. 정부는 대통령실, 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일명 '깜깜이 예산'은 통 크게 증액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한시적으로 시행한 지역화폐 등의 민생예산은 대폭 삭감시켰다.
정부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 시장을 살린다며 여러 규제 완화와 감세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러고선 돈이 없다며 긴축을 실행해 민생을 더 옥죄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자연재해로 인한 위기가 아닌 우리 사람이 초래하는 인위적인 위기로 범람하고 있다.
대전도 예외는 아니다. 자부심과 행복감, 평온함을 가지고 있었던 대전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경제적·사회적 위기의 시작점에 놓여 있다.
다가구주택이라는 특수한 주거환경과 제도적 부재 하에 전세사기라는 대규모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다. 그 절망과 피해의 무게는 대전의 젊은 2030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됐다. 고통을 덜어주기에 정부의 대책은 요연하기만 하다. 멋진 미래를 그리며 첫 사회생활을 출발한 이들은 시작부터 발목이 잡혔다.
미래를 팔며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선도하는 대전에, 정부는 이권 카르텔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과학기술 R&D 예산을 싹둑 잘라냈다. 대전의 자랑인 과학기술계마저도 퇴행시키고 있다. 대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좀먹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규모 전세사기나 R&D 예산 삭감 등 일련의 사태는 모두 대전으로서는 전례 없는 일이다. 묵묵하고 조용히 대한민국을 지탱하며 발전을 거듭하던 대전은 초유의 인위적 위기에 직면했다.
2024년은 대한민국이 정치·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시기다.
무릇 대전이 국가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에 투자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전의 미래가 막히고 있다.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모두 인위적 위기 앞에 앞날이 깜깜해지고 있다.
화두는 위기 극복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대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대전이 그래왔듯, 묵묵하고 꾸준하게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미래 자원을 지키고 성장시켜야 한다. 우리 사람이 초래한 위기 범람의 시대, 2024년은 사람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장철민 국회의원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산과 당진, 태안 지역에 대규모 단수 사태 발생...보령광역상수도 파손 - 대전일보
- '충남 보령댐 광역상수도 고장'...도내 서북부 33만여 명 단수 불편 - 대전일보
- 尹대통령 지지율 17%…한 주 만에 역대 최저치 경신 - 대전일보
- 충남 홍성 카센터서 화재… 7900여만 원 피해 - 대전일보
- 韓, 尹 담화 첫 입장…"이제 민심에 맞는 실천이 중요" - 대전일보
- 윤 대통령, 제주 선박 침몰사고에 "자원 총동원해 구조에 만전" - 대전일보
- 대통령실 "김 여사, 尹 대통령 다음 순방에 동행 안 해" - 대전일보
- 명태균 "돈 1원도 받은 적 없다" 검찰 소환 조사 출석 - 대전일보
- [뉴스 즉설]10% 중반 아니면 8-9%, 늪에 빠진 尹 지지율 바닥은 어디? - 대전일보
- '사격' 김예지, 선수생활 중단한 진짜 이유는…'악플'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