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쇼핑은 ‘너무 먼 얘기’···“이자비용, 옷·신발 지출 넘었다”

이호준 기자 2023. 12. 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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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고금리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지출에서 이자 비용이 처음으로 옷·신발 구입지출을 넘어섰다. 이자비용이 급증하고 물가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자 당장 필요치 않은 옷·신발 지출부터 줄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전국·1인 이상·실질) 월평균 이자 비용은 11만4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9만5500원)보다 1만9400원(20.4%) 늘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11만7700원)보다 1만3700원 줄어든 10만4000원을 기록, 이자 비용을 밑돌았다.

이자 비용이 의류·신발 지출보다 커진 것은 2006년 1인 가구가 포함된 가계동향이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현상은 장기화되고 있는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년 동기 대비 이자 비용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를 넘어선 뒤 올 2분기 37.9%까지 치솟았다. 이에따라 지난해 1분기 8만2000원 수준이었던 가구당 이자 비용은 지난해 4분기 1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3분기째 11만원을 웃돌고 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올해 2분기 1년 전보다 8.5% 줄어들며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고물가, 높은 이자비용 탓에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옷·신발 소비부터 줄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유달리 가파른 옷·신발 물가 상승률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11월 의류·신발 누적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12개 항목 중 상승률이 가장 높다.

문제는 고물가로 위축된 내수를 늘어난 이자 부담이 다시 제약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는 누적된 물가 압력이 쉽게 가시지 않는 탓에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현 긴축기조를) 지속하겠다”며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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