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의 행선지는 샌프란시스코…SF의 정성이 통했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진출에 도전한 이정후(25)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그를 향해 가장 큰 공을 들였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품었다.
MLB닷컴, 뉴욕 포스트, 디애슬레틱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13일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천300만 달러에 입단 합의했다. 계약서에 4년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휘문고를 졸업한 뒤 2017년 넥센(현 키움)에 1차 지명으로 선택을 받아 프로 무대에 둥지를 튼 이정후는 데뷔 첫 해부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매 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5시즌 연속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는 타율(0.349), 안타(193안타), 타점(113타점), 출루율(0.421), 장타율(0.575) 등 타격 5관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MVP까지 품에 안았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구단과 합의 하에 미국 진출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이정후가 시즌을 준비하는 미국 캠프에서부터 스카우트들이 찾아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한 팀이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외야수, 특히 중견수 보강을 이번 스토브리그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2023년 샌프란시스코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Outs Above Average)는 -13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위에 그쳤다. 올해 주전 중견수를 계속 찾아헤맸지만 결국 빈 자리로 시즌을 끝냈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지난 10월10일 서울 고척돔을 직접 찾아 이정후의 타격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정후는 7월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한동안 재활 과정을 거쳤다. 10월10일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뛰었던 경기였다. 이날 피트 퍼텔러 단장은 키움 홈팬들과 함께 관중석에 앉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퍼탤러 단장은 “이정후는 한 타석에서 6, 7차례의 스윙을 선보였다. 그의 스윙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정후 역시 중견수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팀에 가게 되든 뛰라는 포지션에서 뛰어야겠지만 그동안 내가 중견수로서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원하는 만큼 그의 가치를 인정해줬다. 이정후는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대 규모 계약에 도장을 찍고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 앞서 최대 규모 계약은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와 6년간 3천600만달러(연평균 600만달러)에 계약한 내용이었다.
한국인 빅리거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시야를 넓혀도 이정후는 역대 총액 2위가 된다.
추신수(현 SSG)는 2014년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평균 금액은 당시 추신수가 1857만 달러로, 1883만달러의 이정후가 더 높다.
더불어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기록까지 바꿔놨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요시다 마사타카는 2022년 1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총 9천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요시다의 총액과 평균 연봉(1800만 달러)을 모두 넘어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벌써부터 이정후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SPN은 이정후의 출루 능력과 콘택트 능력을 조명하며 “최근 2년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메이저리그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는 25살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발될만한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며 “샌프란시스코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빅리그 진출 후 두 시즌 동안 2021년 OPS 0.622, 2022년 0.708로 고전하다가 3년 차인 올해 OPS 0.749로 반등한 김하성(샌디에이고)과 달리, 이정후가 빨리 빅리그에 적응해 평균 이상의 출루율과 0.300에 가까운 타율을 찍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선배인 김하성과 비시즌 연락을 하면서 그의 조언을 들었다. 이정후는 자신이 미국 진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김하성이 길을 잘 열어둔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김하성은 올시즌 샌디에이고에서 맹활약하면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리고 김하성은 “네가 오면 잘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한국과 다르니까 준비를 잘 해야한다”며 이정후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라이벌로 만나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서부지구에 속한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미국 본토 개막전’부터 맞붙는다. 공식 개막전은 3월20~21일 한국 서울의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지만 본토 개막전은 3월29일에 열린다. 샌프란시스코는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벌이는 원정 4연전으로 2024시즌 서막을 연다. 한국 팬들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는 개막 4연전이 될 전망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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