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AI 이어 양자통신까지… ICT 혁신 거점 `AI 네트워크랩`
신기술 탄생시키는 산파 역할
'게임체인저' 양자 실증도 주도
통신 소부장기업 상용화 탄력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재난과 안전관리를 맡는 순찰 로봇이 등장할 전망이다. 또 사이버 상에서 제철소의 조업 상황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이 구축된다. 뜨거운 쇳물이 흐르는 제철소 현장을 미래형 제조공간으로 만드는 핵심 인프라는 5G 통신망이다. 포스코DX는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이음5G 주파수를 할당받고 기간통신사업 등록 절차를 끝낸 데 이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음5G가 철강 분야에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음5G는 통신사 이동통신망과는 별도로 5G 융합서비스가 필요한 기업이나 기간망 통신사업자가 특화망 전용 주파수를 활용해 자체 망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기업이 공장이나 건물에서 자체 5G망을 이용하려면 통신 3사의 망을 빌려쓰던 것에서 스스로 망을 기획하고 혁신적 서비스를 구현하도록 물꼬를 튼 것이다. 이는 5G 기술 차원에선 혁신의 주체가 넓어지고, 기업 입장에선 강력한 혁신의 도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포스코DX 외에도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세종텔레콤, 현대오토에버, 메가존클라우드, LG전자 등이 이음5G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산업·생활현장 파고드는 이음5G의 산실
이동통신을 통한 디지털 혁신의 공식을 바꾸고 있는 이음5G를 탄생시킨 산실이 있다. KT와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가 NIA의 코렌(KOREN:초연결지능형연구개발망) 판교 거점인 'AI네트워크랩'에 구축한 이음5G 테스트베드다. 두 기관은 작년 3월 AI네트워크랩 내 차폐룸에 삼성전자 특화망 콤팩트 코어 장비로 시험망을 완성했다. 이렇게 구축한 코어망은 국가 연구개발망인 코렌망에 연결돼, 수요 기업은 KT가 제공하는 주파수를 이용해 이음5G 망을 시험해볼 수 있다. 기술을 테스트하고 검증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확신을 얻은 기업들은 각 현장으로 돌아가 직접 5G를 구축한다.
이곳을 통해 특화망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는 것은 물론 관련 기기와 솔루션 실증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음 5G 관련 기기나 부품, 솔루션이 이곳에서 사전검증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고 시장으로 향한다.
KT와 NIA는 이음 5G 테스트베드와 MEC(모바일에지컴퓨팅)를 통해 수요 기관이나 기업, 대학 등이 특화망 코어를 대여해 쓸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수요기관이 5G 기지국 장비만 갖추면 코어망을 대여해 이음5G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KT가 해당 기관에 액세스망을 구축, 이음 5G 테스트베드 코어망과 연결해 이음5G 망을 쓰도록 돕는 방식이다. 코어망을 대여하면 구축·운용·유지보수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더 낮은 비용으로 이음5G 망을 이용할 수 있다. 5G 융합서비스 테스트베드에서는 중소기업 등에서 개발한 5G 융합서비스, 단말, 기기, 인프라 장비에 대한 시험검증을 통해 시험성적서도 발급한다. 이를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기업들은 국내외에 신기술을 심고 있다.
◇'게임체인저' 양자기술 갈고닦는 실증현장
AI네트워크랩은 양자기술이 가져올 혁신을 '손에 잡히는 기술'로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 세계와 거미줄처럼 연결된 국가 연구개발망인 코렌을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AI(인공지능),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신기술과 응용서비스 실증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SK텔레콤은 해킹에 안전한 양자암호를 활용한 통신보안 서비스인 'QaaS'(양자키분배서비스)를 지난 10월 내놨다. 그동안 기업들이 양자암호통신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장치를 갖춰야 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이용료를 내고 기존 장비로도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시대에 해킹을 막으려면 양자암호통신이 필수다. 국내 데이터센터에 양자보안통신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SKT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빨리 양자기술의 중요성에 눈뜨고 투자해 왔다. 그 과정에서 코렌과 AI네트워크랩이 서포터즈 역할을 했다. SKT는 코렌 망에서 서로 다른 통신장비사끼리 '양자암호통신망 SDN'을 연동해 실증을 하는 등 국가 인프라를 십분 활용했다.
과기정통부와 NIA는 작년 1월 AI네트워크랩에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양자암호통신·양자센서 등 기술개발과 상용화 지원체계를 가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KT가 고속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LG유플러스가 기업용 양자내성암호(PQC) 전용회선 서비스를 내놓는 등 통신 3사는 양자암호통신 상용화에 앞서가고 있다.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등 국제 표준화 기구의 표준화 활동을 주도하며 해외 수출의 초석도 마련했다.
◇혁신 호흡 맞추는 통신서비스·소부장 기업들
통신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통신 소부장 기업들도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양자산업지원센터는 양자 핵심기술과 양자 기술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양자기술 구현에 필요한 레이저, 냉동기 등 양자 지원기술의 상용화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기존 ICT 기업 중 양자기술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도 발굴해 지원한다. 코렌과 AI네트워크랩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양자인력 양성, 양자 소부장 공급망 확보를 위한 소재·부품 공급망 정보도 제공한다.
그에 앞서 2020년부터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을 통해 현대중공업, 강원도청, 순천향대병원 등 26개 공공·민간 수요기관에 코렌 인프라를 활용해 양자암호통신망을 시범 구축했다. 또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국가융합망 구축사업에 양자암호통신기술을 적용했다.
소프트웨어 기술과 표준화를 통해 통신장비 시장의 일대 변화를 가져올 오픈랜 영역에서도 AI네트워크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오픈랜 장비와 국내·외 타 장비와의 상호연동성 및 운용신뢰성 검증을 지원하는 '오픈랜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내년부터 시험·검증을 지원할 예정이다.
황종성 NIA 원장은 "전 산업의 게임체인저인 양자 시대에 맞는 산업화 기반과 생태계를 갖추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혁신적 네트워크가 만나면 파괴력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AI네트워크랩과 코렌, 5G 테스트베드 등 미래 기술 연구개발·실증 인프라를 통해 국내 산학연이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앞서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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