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보상해" 의사 흉기로 위협한 조현병 60대 집행유예

대전법원 현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의료사고를 당했다는 망상에 빠져 의사를 흉기로 위협한 60대가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최석진 부장판사)는 특수강도미수와 특수상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0)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보호관찰 기간 정신과 치료도 명령했다.

10여년 전부터 대전 중구 B(52)씨가 운영하는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아오던 A씨는 어느 순간부터 귀에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자 B씨에게 과거에 치료를 잘못 받았기 때문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이에 지난 4월 10일께 병원을 방문해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저지당하자 흉기로 위협해 돈을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지난 8월 16일 오전 9시 20분께 흉기가 든 가방을 들고 병원을 찾아가 B씨에게 "가려움이 지속되니 20억원을 보상하라"며 행패를 부렸다.

그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귀가 조처됐고, 20여분 뒤 재차 병원을 찾아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 돈을 요구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어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B씨를 위협, 금품을 빼앗으려 했으나 B씨가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진료를 받던 환자(44)는 B씨와 함께 A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손목 등을 다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2002년부터 대전의 한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진단받고 통원 치료를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하는 것은 의료인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뿐 아니라 다른 환자의 의료 혜택 기회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처벌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조현병의 영향으로 사리 분별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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