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셀프 증축’ 경남도의회, 진주 도립의료원 설립은 ‘미적미적’
속전속결로 청사를 증축 중인 경남도의회가 연간 30만명의 환자가 이용하게 될 ‘경남도의료원 진주병원 설립’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최근 공공병원 서부권 진주병원 설계비를 삭감했는데, 삭감 이면에는 동부권 의원들의 지역주의 셈법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13일 경남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2023년도분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경남도가 편성한 경남도의료원 진주병원 설계비 20억 원(국비 12억 원·도비 8억 원)을 삭감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23일 제409회 정례회에서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진주병원 신축 건’ 등을 제외한 ‘2024년도 정기분 경남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의 수정 동의안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에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인 진주병원에는 총 1578억 원(국비 659. 도비 91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18개 진료과목에 의료인력 538명(의사 49명·간호사 220명 ), 300병상 이상 규모를 갖추게 되며 연간 이용 환자수는 31만~3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도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2025년 12월 착공, 2027년 10월 준공, 2027년 12월 개원한다는 당초 예정이 불투명해졌다.
진주병원은 폐업한 지 10년 된 옛 진주의료원을 대신해 도립 ‘제2 진주의료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전국 첫 도립의료원으로 설립된 103년된 옛 진주의료원은 2013년 3월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적자운영·강성노조 등을 이유로 강제폐업했다. 강제폐업으로 한해 20만명(2012년 기준 환자수 19만 7516명)의 환자가 진주의료원을 이용하지 못했다. 233명의 의료진·노동자들이 실직하거나 이직하고, 서부경남권 공공의료가 약화됐다.
이에 옛 진주의료원을 대신할 진주병원 설립은 민선 8기 도정 주요과제로 채택됐다. 진주병원 설립은 2021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데 이어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통과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선정돼 올해 설계비 국비 12억 원을 교부받았으며, 내년도 국비 6억 원도 확보했다.
이처럼 진주병원은 지역 숙원사업인데도 도의회 기획행정위(전체 위원 11명)가 설립에 제동을 건 데는 동부 경남 의원들의 지역주의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결에 참여한 9명 중 진주권·민주당 의원 3명은 진주병원의 조속한 설립 쪽으로, 김해·밀양 등 동부권 의원 6명은 보류 쪽으로 표를 던졌다.
보류 쪽으로 투표한 의원들은 도립 진주병원 설립이 현재 타당성 용역(2023년 2월~내년 2월) 중인 김해의료원(지방의료원) 설립에 재정 투입 부족 등의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계의 한 인사는 “도민을 위한 결정보다는 김해·밀양·창녕·창원 등 동부권 의원들의 지역주의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보건계 한 인사는 “의료복지가 열악한 서부권 공공병원이 설립되지 않으면 의료복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동부권 공공병원의 설립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며 “의원들이 오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작 경남도의회(의원 64명·사무처 정원 162명)는 ‘의회가 좁다’는 이유로 도의회 청사 증축을 속전속결로 처리해 눈총을 사고 있다.
총 191억원을 투입해 의회 청사 뒤편에 있는 경남도 소유땅(도유지)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별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별관 건물은 본관 건물 규모(연면적 1만1293㎡)의 3분의 1 크기로 지상 1층에 도민공연장, 2~3층에 46실 의원 연구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1년 3월부터 건축기획용역을 시작으로 2022년 5월 실시설계용역, 지난 4월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거쳐 지난 7일 착공됐다. 내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신용석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장은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은 주민 건강, 생명,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인데도 도의원들은 ‘적자 경영’ 타령을 하고 있다”며 “전국 지방의료원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하정우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도의원들이 의회 청사는 발빠르게 증축하면서 국가 정책 사업인 공공병원 설립은 소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진주병원 설립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도의회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복지보건국 관계자는 “의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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